(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산유량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급반등하면서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점증하면서 글로벌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유가 반등이 리스크온(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해 신흥국 통화 강세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모습이다.

당장 달러-원 환율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주로 거래가 이뤄졌던 1,120~1,140원 박스권에서 하향 이탈 시 반등 시도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16일 "산유량 감산 합의에 뉴욕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등 리스크온 분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보인다"며 "신흥국 통화 강세에 달러-원 환율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일 사우디와 러시아는 오는 6월 말까지로 예정된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01달러(2.1%) 상승한 배럴당 48.85달러에 거래를 마쳐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실 이 소식은 전일 서울환시 장중 전해졌지만 달러-원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최근 국제유가와 달러-원 환율과의 상관관계가 그다지 크지 않아 주목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 시장이 열리면서 가격에 추가로 반영돼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초·중반대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호주달러가 밤사이 크게 오르는 등 신흥국 통화 강세로 서울환시 달러-원 환율에도 뒤늦게 반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양국의 감산 합의를 본격적인 유가 반등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은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양국 합의 내용에 따르면 감산량이 기존과 같은 일일 180만 배럴인데 이는 시장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미국에서의 원유 생산량 증가로 감산 합의 내용을 상쇄했던 것을 고려하면 공급 과잉이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위험자산에 대한 급격한 오버슈팅이 유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연구원은 이어 "그런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 분위기는 단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치우칠 요인이 다소 완화됐다는 쪽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유가에 대한 커플링보다 그런 측면에서 다소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 유가 반등에 따른 달러화 하락 압력이 높아졌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분위기는 대체로 이달 2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식회의를 앞두고 감산 연장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라며 "유가나 최근 환율에도 선반영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 연구원은 또 "실질적으로 투자 개선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미국이나 중국 지표 호조세가 최근 주춤하는 등 투자심리를 이끌 모멘텀이 강하지 않아 위험자산 선호도 쉬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달러-원 환율이 1,120~1,140원 박스권의 하단까지 이른 만큼 상승 시도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을 두고 시장이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관건이다.

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계기로 다른 경제정책들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경로의 전제로 삼은 것들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달러 약세로 이어지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 얘기까지 이어진다면 이는 불확실성 확대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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