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4개월래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규제 강화에 따른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긴축에 속도를 조절할 뜻을 시사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로 시중에 1천700억 위안을 순공급했다. 이는 하루 투입 유동성으로는 1월 춘제 직전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유동성 투입은 주말께 규제 강화에 따른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당국자들의 발언이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해 가을께 예정된 당 대회를 앞두고 금융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당국의 규제 강화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은 당국의 행보에 속도 조절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중국 주식 시장은 지난 한 달간 5.4%가량 하락했고, 중국 국채금리는 2년래 최고치로 올랐다.

하지만 이날 당국의 유동성 투입으로 당장 상하이증시는 0.7% 상승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3.64%에서 3.62%로 떨어졌다.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의 딩 슈앙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조치는 시행 시기를 고려할 때 이는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기존의 긴축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은 지난 12일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보고서에서도 감지됐다.

인민은행은 1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당국은 정책의 도입 시기와 속도를 신중히 다룰 필요가 있으며,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금융위험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또 "적절한" 신용 성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언급해 적당한 유동성을 계속 투입할 뜻을 시사했다.

지난 12일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도 "기존 위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위험이 생성되는 것을 막도록 애쓸 것"이라며 은행들에 새로운 투자 상품에 대한 보다 강화된 규정을 채택하는 데 적응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도 주말자 사설에서 금융기관들의 규제 강화가 새로운 위험을 촉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해 기존과는 다른 어조를 보였다.

같은 날 리커창 중국 총리도 당 회의에서 금융안정과 점진적인 디레버리징, 경제 성장의 안정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상은행의 리우 동리앙 선임 애널리스트는 "규제 단속으로 촉발된 시장 변동성이 악화하면 체계적 위험을 낳고 실물 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은 중국의 4월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하루 뒤에 이뤄졌다.

결국 당국은 시장 불안과 지표 부진 등을 이유로 규제와 긴축 속도를 당분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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