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끌어올린 외국인은 유럽계 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럽계 자금은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해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유럽계는 1조6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미국과 아시아계가 각각 3천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유럽계 중에서는 영국계 자금의 순매수 규모가 912억원으로 가장 컸고 룩셈부르크(430억원), 호주(323억원) 순이었다.

유럽계 자금의 대규모 유입은 외국인 매매 흐름에서 잘 드러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21일부터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 때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지지율 1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하면서 마린 르펜 후보를 꺾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데 따라 위험선호 현상이 강화된 때였다. 이후 유로-달러는 급등세를 타 지난달 말까지 0.0176달러(1.64%) 올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총 1조5천288억원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은 유로-달러 변동에 민감하다"며 "외국인 누적 순매수와 유로-달러 상관관계가 지난 3월 이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누적 순매수와 유로-달러의 상관계수는 지난 3월 0.78에서 4월에는 0.8로 올랐다"고 말했다.

유럽계 자금은 다만 국내 증시에 계속 투자하기보다 차익실현에 나설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러가 오는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기정사실로 되며 강세를 나타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오는 6월 영국의 조기 총선과 프랑스 총선 등으로 유로지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라 약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주식 순매도와 순매수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국내 주식을 3천65억원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14일 3천370억원 순매도한 후 최대 규모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모멘텀이 약화된 데 따라 대표적인 시클리컬(경기순환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학과 철강 업종에서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며 "증시 주도주인 반도체 업종에서도 비중을 줄이는데 글로벌 위험선호 현상이 약화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외국인의 매매패턴 변화는 코스피 추가 상승에 제동을 거는 변수다"고 덧붙였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는 코스피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 시현 차원이다"며 "주당순이익(EPS) 상향 종목 수가 늘며 20거래일 평균 상승 종목수도 증가하는 데 따라 코스피 상승 기조는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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