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이 외국 투자자들에 채권 시장 개방을 공식 천명하면서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 흐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단기적으로는 달러-원 환율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강세에 동조하며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 금융관리국은 지난 16일 공동 성명에서 중국과 홍콩 채권시장을 연계해 양 시장 결산 기구가 채권퉁(債券通) 업무에 나설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외국인에 중국 본토 채권시장부터 개방하고, 자국민에 대한 홍콩 채권시장 개방은 다음 단계에서 추진된다. 시행일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인 7월 1일 전후가 될 것으로 시장은 관측했다.

염지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퉁을 통해 중국이 얻고자 하는 것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모집"이라며 "향후 일대일로 등 대규모 인프라투자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량 자금 조달을 위해 이를 소화할 채권 시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으로 위안화 안정화와 채권 시장 발달 촉진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은 대규모 글로벌 자금의 중국행이 예고됐다고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대규모 자본시장이 개방된다는 측면에서 국내 채권에 투자할 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는 아니더라도 강세를 제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위안화 국제화에 따른 강세에 동조한다면 원화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다만, "중국의 채권시장 개방 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지속해서 알려졌기에 당장 시장에서 이를 재료 삼는 플레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개방 상황을 지켜본 뒤에 시장도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편입 당시를 떠올리며 시장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당시 국내 주식·채권시장 참가자들 대부분이 중국 A주의 MSCI지수 편입 시 대규모 글로벌 자금 쏠림에 따른 국내 투자자금 이탈을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모습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채권퉁도 최근의 글로벌 유동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하면 영향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중국 채권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시장에 대한 대외 신용도나 외환보유고, 경제지표에 대한 신뢰도가 더 좋은 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강세에 따른 원화 강세 압력이 있겠지만 국내 펀더멘털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단기적으로 글로벌 달러화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반응이 주된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엔 트럼프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계기로 한 정치 스캔들이 시장의 위험회피(리스크오프)를 자극한 상황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에 묻혀 채권퉁이 서울환시에서 재료로 부각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강세에 따라 프록시 통화로서 원화 강세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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