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처리가 엄격해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의 회계감사 수감시간이 크게 늘었다. 보수적인 회계처리는 건설사들의 단기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개 대형건설사의 회계감사 투입시간은 4만2천340시간에 달했다. 지난 2014년(약 2만시간)의 두 배 수준이다.

가장 투입시간이 많았던 건설사는 대우건설로 무려 1만4천여 시간이 회계감사에 쓰였다. 직전 해(3천485시간)의 네 배 수준이다. 대림산업과 현대건설이 각각 6천56시간과 5천647시간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현장 실사가 늘고, 수주산업 전문가가 투입되는 등 감사가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정부가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영향이다.

회계감사가 타이트해짐에 따라 건설사들의 실적 변동성도 확대됐다.

감사인이 체인지오더(계약변경) 등에 따른 우발 수익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원가 상승요인은 선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1분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4천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강화된 수주산업 회계지침을 적용해 향후 발생 가능한 손실을 선제 반영한 결과다.

작년 3분기에는 외부감사인이 대우건설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표명하기도 했다. 공사수익, 미청구공사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을 판단할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단 이유에서다. 현장 실사 등을 거친 대우건설은 작년 4분기 잠재손실 등을 반영해 7천69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류종하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향후 수익과 이에 대한 원가가 동시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원가는 당기에 반영하고, 수익은 유입이 확정된 미래에 반영하게 돼 있어 수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핵심감사위험으로 미청구공사 과대계상이 지목된 점을 고려하면 미청구공사 부담이 큰 건설사의 경우 단기적으로 손실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사 회계실무자는 "진행 중인 공사의 예정원가를 합리적으로 추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자료 요청이 늘어나면서 업무가 많아진 데다가 공시에 따른 부담도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사별 회계감사 투입시간 추이, 출처:한신평, 각사 사업보고서>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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