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8·31 대책은 세제, 금융, 주택공급 등을 포괄하는 참여정부 주택정책의 결정판이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과세, 송파신도시 등 굵직한 내용이 담겼으나 과잉 유동성을 손대지 못해 가격 안정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정책역량 집결한 8·31대책, 제도개혁 틀을 잡다

18일 KB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무려 16.43%로 폭등세를 구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22.48%, 인천 17.75%로 부산 11.75%, 대구 9.81%, 광주 6.03% 등 타 지역을 압도했다.

앞선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2000년 0.43%, 2001년 9.87%였던 점을 고려하면 주택가격상승에 따른 서민주거부담을 짐작할 수 있다.

2003년 10·29대책 이후 2005년 1월까지 잠잠하던 주택시장에 불을 댕긴 것은 판교신도시였다. 소형주택중심의 분양계획은 중대형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10·29대책에서 등장했던 종합부동산세도 입법 지연으로 효력이 약화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경기 성남 분당구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005년 1월 -1.15%에서 2월 3.37%로 급변했다. 이후 8·31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최고 6.15%의 월간 상승률로 맹위를 떨쳤다.

대통령 주재 부동산정책간담회가 열렸고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당시 국정어록을 보면 고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답이 다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정책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이해관계와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고 발언했다.

당정협의, 여론 수렴을 거쳐 마련된 8·31대책은 주거안정, 거래 투명화, 주택시장안정, 주택공급, 토지시장안정 등 크게 다섯 가지 분야로 구성됐다.

지금은 보편화된 주택실거래가격 신고가 처음 의무화됐고 송파신도시, 김포신도시, 양주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계획도 등장했다.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과세, 실거래기반 양도소득세과세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재산세 과표 적용률 상향적용 등 거의 모든 대책을 망라했다.





<출처: 참여정부 정책보고서>



◇모든 것을 갖췄지만 유동성을 놓쳤다

참여정부가 8·31대책에 기울인 노력은 다른 정부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대통령 주재 부동산정책간담회에 이어 부동산정책 당정협의가 7월부터 매주 수요일 8차례에 걸쳐 열렸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8명이, 정부에서는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7명의 장관이, 청와대에서는 정책실장, 경제정책수석, 경제보좌관 등 3인이 참석했다.

실무기획단도 매머드급으로 구성됐다. 청와대 경제보좌관 주재로 국무조정실,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국세청, 국정홍보처 1급 실무자가 참석했다.

정책 발표에 앞서 국민참여형 여론조사인 공론조사가 2차례, 대책 발표 전일에는 전국단위 여론조사도 2차례 실시됐다. 인터넷 포털을 통한 여론수렴, 관련부처 출입기자 워크숍, 10여차례 이상의 전문가 회의, 2차례에 걸친 국회공청회 등이 있었다. 야당인 한나라당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의 제안도 반영했다.

그 결과, 2005년 7월 0.83%이던 전국 주택매매가격변동률은 8월 0.36%, 9월 0.24%, 10월 -0.03%, 11월 -0.01%, 12월 0.19%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가격안정은 거기까지였다.

2006년 1월 0.33%로 시작된 가격 상승률은 같은 해 5월 1.02%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그해 3월 재건축개발이익 환수방안 등을 담은 3·30대책, 수도권 주택공급 로드맵을 담은 11·15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그해 11월 전국 집값 상승률은 월 3.10%까지 치솟았다.







<출처: 참여정부 정책보고서>

결국 2006년 연간 주택가격은 무려 11.60%나 오르며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재각인 시켰다. 이듬해 대통령의 신년사에는 "단번에 잡지 못해서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잡힐 것이다"는 사과가 담겨야 했다.

참여정부 정책보고서는 숱한 주택정책이 가격 안정을 가져오지 못한 데 대해 공급부족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고 부동산 부문 유동성 관리가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2005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불안 조짐이 나타났을 때 정책금리 인상 방안이 검토됐지만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00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2월까지 부동산 업무를 하고 사회정책 비서관으로 옮겼는데, 하반기 들면서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는 것을 보고, 제가 했던 모든 일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들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과잉 유동성 문제에 대해 과소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 그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찾아갔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며 김 수석은 금리인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한은을 방문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09년 다른 언론에 실은 시론에서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유동성을 높여야 된다는 것이 이른바 '시장의 요구'였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유동성은 손을 못 댄 채 시장 투명화, 세제 강화, 서민주택 공급확대와 같은 '부동산 내부'의 정책에 묶이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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