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가 통신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완전폐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기본료 완전폐지를 추진하기보다는 제로레이팅 확대 등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기본료 폐지 공약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줄곧 통신기본료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통신기본료 완전폐지를 첫머리에 내세웠다.

이동전화 기본료는 통신망을 깔고 설비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인데, LTE 기지국 등 설비 투자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기본료를 폐지해도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데이터 요금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기본료와 통화료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주장한다. 현재 기본료 항목은 2G와 3G 요금제에만 남아있다.

더구나 기본료 폐지를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마땅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월정액 1만1천원을 기본료 폐지 명목으로 일괄 인하할 경우 지난해 기준 수입 감소액이 7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작년 이통 3사의 영업이익 3조6천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로 기본료가 완전폐지되면 통신사들은 적자 수렁에 빠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같은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2G·3G 요금제부터 기본료를 폐지하고 내년 이후 순차적으로 LTE 요금제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단계별 폐지를 추진할 경우 혜택을 보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2G와 3G 이동전화 가입자는 각각 330만명, 1천120만명이다. LTE 가입자(4천800만명)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2G와 3G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SK텔레콤에게 과도한 타격을 줄 수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인위적 통신요금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제로레이팅 활성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로레이팅이란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해 소비자 대신 데이터 비용을 부담하고 콘텐츠를 이용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통신사 입장에선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소비자들도 데이터 요금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또 다른 통신 공약인 망 중립성 강화와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통사들이 요금제 개편을 통해 자율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규제 산업인 통신업의 특성상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을 계속 외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서도 강제적인 기본료 폐지가 부담스러운 만큼 알뜰폰 활성화 등 좀 더 현실적인 가계통신비 대책을 먼저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5G 시대를 앞두고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료 폐지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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