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금융시장의 운명을 가를 9월이 왔다. 9월은 유럽과 미국에서 중요한 정치·경제 이슈들이 나오기 때문에 중요하다. 특히 유럽에서 나오는 이슈의 향방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ECB를 주목하라 = 유럽에선 이번 주부터 숨 가쁜 일정이 시작된다. 6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열린다. ECB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잭슨 홀 심포지엄도 불참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 국가들은 ECB의 국채매입을 찬성하지만 독일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강경한 반대론자다. 이른바 '잭슨홀 행보'에서도 그의 의중은 명확히 드러난다. ECB 총재와 유럽의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은 국채매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에 남았지만 바이트만 총재는 잭슨홀 회의에 갔다.

분데스방크 총재직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ECB 국채매입에 대한 그의 반대 입장은 단호하다. 전임자인 악셀 베버 독일중앙은행 총재가 ECB의 국채매입에 반대해 총재직을 사임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ECB는 금리상한제와 금리범위 목표제 등 다양한 방법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민중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일정한 선을 넘어가면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도록 하고 대신 시장에 충격과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묘수를 짜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림설명: ECB 멤버 중 홀로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오찬을 하러 가고 있다.>



◆'빅이벤트'로 떠오른 유럽의 정치 이슈 = ECB 회의가 끝나면 정치 이슈를 주목해야 한다. 12일 네덜란드 총선이 있고 독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유럽안정화기구(ESM)의 위헌 판결이 나온다.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유럽연합(EU)의 통합 정책에 반대하는 극좌사회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당은 신재정협약과 같은 유럽통합 이슈에 반대하고 있다. 친 EU 노선을 걷는 민주자유당과 반EU의 극좌사회당 중 누가 집권당이 되느냐에 따라 네덜란드의 입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남유럽 국가를 구제하는데 많은 비용을 내는 네덜란드가 EU 정책에 엇박자를 내면 유럽 사태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 헌재의 ESM 판결은 9월에 나오는 이슈 중 가장 중요하다. 헌재에서 ESM을 위헌으로 판결하면 이제까지 논의한 모든 구제조치가 무용지물이 된다. 유럽의 구제금융 시스템이 모두 중단되기 때문이다. ESM이 합헌 판결을 받으면 유럽 위기의 불길이 진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독일 헌재의 판결은 6일 예정된 ECB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CB가 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중요 정책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있어서다.

따라서 ECB는 9월에 중요한 정책 골자를 만들어 두고 12일 독일의 ESM 판결 결과를 지켜본 후 10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15일에는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는 스페인 구제금융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는 9월 중에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는 이 회의를 지켜보고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버냉키의 선택은 = 미국에선 연방준비제도의 9월 통화정책 회의가 중요하다. 추가 부양책을 결정하려면 9월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10월 23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2주 뒤인 11월 6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연준의 부양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Fed 의장 교체론까지 들고 나와 연준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다. 결국, 9월을 그냥 넘기면 12월 11일 예정된 회의까지 기다려야 한다.

연준 내부에서는 3차 양적완화(QE3)와 관련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준이 9월 회의에서 QE3를 테이블에 올린다면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간발의 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잭슨홀의 빅이벤트였던 벤 버냉키 의장의 연설은 예상대로 밋밋했다. 추가 부양책을 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지만 그 시기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미국 대선 전까지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버냉키는 추가 부양책과 관련해 고용시장을 눈여겨볼 것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에 나올 미국의 월간 고용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7일 발표될 미국의 8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수는 12만8천명으로 예상된다. 이는 7월의 16만3천명보다 낮은 것이다. 실업률은8.3%로 추정된다. 미국 고용지표가 이 정도로 나온다면 연준이 당장 QE3를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절벽(증세와 재정지출 감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과 같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카드를 아껴두는 것이 현명하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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