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수석을 부활시키고 유명무실했던 국민경제자문회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새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사실상 셋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경제부총리와 정책수석, 국민경제자문회의 간 견제와 균형을 추구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청와대 직제개편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폐지된 정책실장을 부활시켰다. 정책실장 아래에는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일자리정책을 뒷받침할 일자리수석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정책실장은 일자리수석과 경제수석, 사회수석을 지휘한다.

사문화된 헌법기관이었던 국민경제자문회의도 되살리기로 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장은 대통령이 맡는다.

이처럼 정책실장이 부활하고, 국민경제자문회의 기능이 강화되며 기존 사령탑인 경제부총리에 더해 새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사실상 셋으로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간 역할 분담과 혼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청와대 조직개편안은 오래전에 만든 것으로 중첩되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먼저 정책실장이 경제부총리와 경제자문관, 경제수석, 재정기획관 등에 흩어진 경제·금융·예산 관련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학자 출신인 정책실장이 부족할 수 있는 공직 경험은 관료 출신인 부총리 후보자가 보완한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NEC)가 모델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신설한 NEC는 대통령에게 정책의 기술적 사안을 조언하며 재무부의 역할을 보완하는 것이 주 업무다. NEC 위원장인 게리 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고 경제 참모로 꼽히며,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으로 거명되고 있다.

김 부의장은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균형추를 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김 부의장을 임명하면서 "저와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경제 문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잡아야 한다"며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은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에 있다"고 했다.

새 정부가 신설한 직책인 경제보좌관은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총장도 겸임한다. 정책실과 국민경제자문회의 간 가교 구실을 한다.

다만 각기 다른 철학을 가진 경제사령탑이 여럿 들어서면서 역할 분담이 애매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누가 최종 의사결정자인지 불분명한 측면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부동산정책을 두고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간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앞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책의 정무적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정책실장의 업무"라며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며 관료들이 찾지 못하는 새로운 위기 요인을 찾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기획한 구조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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