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간 지 4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경기도 과천에 있었을 때는 국내 정치ㆍ경제의 중심인 서울과 가까워 신속한 정보 대응이 가능했고 업무도 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종시로 가고서는 이러한 장점이 단점으로 바뀌었습니다. '갈라파고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세종시 프리즘' 코너를 개설해, 기획재정부 등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 생생하고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엘리트중의 엘리트. 우리나라 대내외 경제정책과 예산, 세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의 별칭으로 자주 쓰이는 수식어다.

다른 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예산 결정권도 쥐고 있어 정부내에서도 갑중의 갑으로 통한다. 행정고시 재경직 수석은 누가 묻지 않아도 당연히 기재부를 선택해왔다. 기재부 공무원들에게는 이런 자부심이 있었다.

이야기 거리도 안될 만큼 당연한 일이 이제는 뉴스가 됐다. 그만큼 기재부 공무원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업무강도는 다른 부처보다 강하지만 관피아 여론에 밀려 보상은 예전보다 못한 탓이다.

올해 국가직 5급 공채(옛 행정고시) 재경직 수석이 기재부를 선택하면서 새삼 화제가 됐다. 3년만이다.

시험 점수와 국가인재원 성적을 합친 종합 순위로 수석과 차석을 포함해 상위 10등 가운데 8명이 기재부를 찾았다.

작년에는 1~10등 중에 2명만이 기재부를 선택했고, 수석은 행정자치부를 지원했다. 한해 앞선 2015년 수석은 금융위원회에 자리잡았다.

모처럼 기재부 공무원들이 어깨를 폈다. 대수롭지 않다면서도 내심 자부심을 회복한 것처럼 싫지 않은 표정이다.

재경직 수석 출신의 한 기재부 과장은 13일 "최근 몇년 동안 수석이 기재부에 오지 않았던 것은 개인적인 이유였지, 기재부 기피현상까지는 아니다"며 "아무래도 경제를 총괄한다는 자부심이 있고, 그런 이유로 지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3년만에 재경직 수석이 기재부를 찾은 것은 세종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많다.

여전히 정비되는 과정에 있지만 아파트와 상가가 곳곳에 들어선 데다 대형 마트와 영화관 등의 편의시설도 어느 중소도시 못지 않게 입점했다.

차가 막히지 않아 서울만 아니면 동서남북 어디로든 빠르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어, 여가 시간이 보장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 공무원들도 많다.

지난 2012년부터 짐을 쌌던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당시만 해도 휑한 빈땅이었다고 말한다. 주거와 결혼, 출산 등 제2의 삶을 세종시에서 시작해야 하는 초임 사무관으로서는 위험요소가 컸다.

최근 몇년동안 재경직 수석이 세종시에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부처에 둥지를 튼 것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고민이 없지 않았지만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며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오히려 올해가 더 예외적인 경우라면서, 앞으로 세종에 내려올 공무원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개인적인 삶의 지향점이 다양화하고 있고, 또 세종시 인프라가 아무리 제대로 갖춰지더라도 서울에 비견할 수 있냐는 의미였다.

수석 출신의 다른 공무원은 "요즘은 생각이 다 달라서 자기가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가 정책이라면 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서울에 계속 있고 싶을 수도 있고 더 이상 세종시에 많이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올해 기재부에 온 수습 사무관은 28명이다. 수석을 차지한 K사무관 등 4명은 경제정책국에 배치됐다.

그외 기획조정실(1명), 예산실(6명), 미래경제전략국(3명), 정책조정국(3명), 국고국(2명), 재정기획국 (2명), 재정관리국(2명), 공공정책국(2명), 국제금융협력국(1명), 대외경제국(2명) 등에 배치됐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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