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윤곽을 드러낸 문재인 정부에 금융 분야의 존재감이 희미하다. 청와대 직제개편 때 경제금융비서관이 경제정책비서관으로 바뀐 데 이어 경제팀 인선에서는 기획·예산 라인이 약진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지 않기로 한 상태다.

23일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24개 정부 부처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국정기획위에 업무 보고를 한다. 한은과 금감원은 업무 보고 대상 기관에서 빠져 있다.

한은과 금감원이 나중에 비공식적으로 업무 보고를 할 확률은 남아 있다. 그러나 부처 업무 보고 순서에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드러나는만큼 새 정부가 금융 정책에는 관심이 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앞선 청와대 직제개편 때도 금융 부문은 축소됐다. 경제금융비서관이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직책명이 변경되며 '금융'이 사라졌다. 이명박 전 정권 때 거시정책을 담당하던 재정경제 1비서관과 금융을 맡은 재정경제 2비서관을 경제금융비서관으로 통합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금융'을 떼어낸 것이다.

금융 부문 대신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기획·예산라인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김동연 후보자나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Economic Planning Board) 출신이다. 7급 출신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화제가 된 이정도 총무비서관도 EPB 출신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기획예산처 차관 시절부터 비서 등으로 가까이서 보좌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제개편에서도 재정기획관을 신설하며 예산에 방점을 뒀다. 청와대는 재정기획관 신설 배경으로 "장기적·거시적 관점에서 국가 재원 배분을 기획·점검하게 된다"고 말했다. 재정기획관을 정책실이 아닌 비서실 산하에 설치한 것은 예산 기획에 대통령의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새 정부가 금융민주화에 중점을 두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을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보기보다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금융회사를 '갑', 고객을 '을'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금융 분야 공약은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와 채무 탕감, 영세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등 금융민주화 중심이다. 육성책은 인터넷 전문은행 육성을 위한 인허가 과정 개선 등에 그쳤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 중 중요한 것이 창업기업 육성과 한계기업 정리인데 모두 금융의 영역이다"며 "금융산업은 새 정부가 중시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는만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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