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고임금 은행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실장이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쏠림을 줄기차게 지적해온 가운데, 은행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각을 견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금융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다.

장 실장은 저서를 통해 은행 직원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낮추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재벌저격수 장 실장…은행 고임금도 '안될 말'

23일 장 실장이 최근 집필한 저서인 '왜 분노해야 하는가'(2015년), '한국의 자본주의(2014년)' 등을 보면 한국 경제를 보는 그의 시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는 기업소득이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정체된 가계의 소득이 정체된 원인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 이래 우리 경제정책의 근간이 됐던 이른바 '낙수효과'는 허구일 뿐이라며 분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저서 대부분은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과 비정규직 차별 등을 지적하는 데 할애됐지만, 금융권에 대한 시각도 군데군데 묻어난다. 특히 고임금 은행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짙다.

장 실장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남자 직원 기준 국민은행의 2014년 평균 연봉이 1억400만원인 반면,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 평균 임금은 5천800만원, 300인 이하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3천600만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독점으로 규제 차익을 누리는 은행의 임금이 대기업 직원 평균 임금의 두 배, 중소기업 직원 임금의 세 배에 달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장 실장은 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은행의 누적 임금상승률은 35%로 같은 기간 누적 경제성장률 20.9%보다 훨씬 높다"며 "기업과 가계에 대출해 돈을 버는 은행 직원은 경제성장 이상의 혜택을 누렸고, 대출받아 생산 활동을 한 기업의 노동자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특히 "이 기간 근로소득의 누적 실질 증가율은 5.0% 불과했다"며 "규제이익과 과점 이익을 누리는 은행의 임금 수준이 기업보다 두세 배 높다는 것도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가계소득 실질 증가율의 6배에 이르는 것은 어떤 합리적 설명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실장은 또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면서, 생산 활동을 촉진하는 기업대출이 대수를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가계에서 이익을 창출하면서 이런 고임금을 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에 예금하는 고객을 '호갱'이라고 표현하면서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만 돈을 번다"며 은행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임금 상승분으로 금리 낮춰야 주장도…금융권 긴장

장 실장이 은행권의 고임금 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금융권의 긴장도 높아질 전망이다.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로 개혁적인 인사들이 주로 거론되는 점과 더불어 장 실장의 은행에 대한 불신도 금융권의 긴장을 키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임명 등으로 경제 불평등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장 실장은 특히 소득 불평등 해소 방안의 하나로 은행원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낮추는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은행 직원 임금 인상의 일정 부분을 대신해 중소기업의 대출 이자율을 낮추어주고, 중소기업에는 그만큼을 그들의 직원 임금 인상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는다면 대기업 임금 인상의 일정 부분을 하청기업 임금 인상을 위한 추가 공급 대금으로 지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은 서민의 금융복지 증진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권의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방향은 아닐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