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3일 "사회적 주택처럼 사회적 수요가 큰 부문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향후 사업 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임팩트금융은 저신용 취약계층에 금융 기회를 주고, 경제·사회·환경 문제를 혁신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융통해 주는 금융이다.

이 전 부총리가 이끄는 임팩트금융은 소셜 벤처와 소셜 부동산, 지역 재생사업, 소셜 프로젝트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수익성보단 가치 창출에 목적을 둔 도시 재생사업 등은 이 전 부총리가 언급한 사회적 주택과도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사회적 주택은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정부로부터 택지나 자금을 지원받아 주택을 건설ㆍ매입해 주거 취약계층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최근 1인 가구와 고령화가 사회 주된 현상으로 자리 잡으며 독거가 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사회적 주택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 주택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큰 부분인데 임팩트금융의 사업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하지만 도시나 가계 구조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수요가 달라지고 있으니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금융사업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금융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을 고민하다 임팩트금융을 구상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연대은행 설립에 참여한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을 알게 됐고, 이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윤만호 전 산은금융지주 사장, 이장규 짐코 회장, 이종재 코리스 대표, 이승흠 한양대학교 교수,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혜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최도성 가천대학교 부총장 등 20여 명의 위원들이 뜻을 모았다.

임팩트금융위원회는 우선 올해 연말까지 700억 원의 출연과 기부 재원을 유치하고 2천억 원까지 일반 투자자 참여를 늘려갈 계획이다.

민간기금 형식인 만큼 임팩트금융에 관심 있는 기업이나 재단, 협회,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이들에 대한 배당도 할 방침이다.

이 전 부총리는 "출연과 기부 유치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일부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며 "사회적 사업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를 지속해서 만나 자금 규모를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임팩트금융의 역사는 40년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최근에는 혁신 금융의 한 영역으로 세계적으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빈민 구제를 목적으로 설립된 소액대출 전문 '그라민 은행'이나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은행', 영국의 소셜 벤처캐피털 '브릿지스벤처'와 '빅소사이어티캐피털'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영국의 브릿지스벤처는 임팩트금융의 벤치마킹 모델이다.

현재 1조5천억 원 정도의 자산을 자랑하는 이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은 상태다.

이 전 부총리는 "해외 사례들처럼 성장을 위해선 수익률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목표"라며 "대출, 투자,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필요한 곳에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 영역을 구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서 임팩트금융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데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이 전 부총리는 "사회적 가치라는 것이 공공부문과 직결되다 보니 정부와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선 어떤 것도 새 정부와 논의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뒤에 두고 호가호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나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민간 부분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며 "이를 금융과 연계할 수 있는 자리에 임팩트금융이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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