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부패 정치인의 증언을 막기 위해 뇌물 제공을 논의했다는 의혹으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정치권 안팎의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자진해서 사임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지만 내년 말까지의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메르 대통령이 임기 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지 시나리오별 전망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탄핵으로 물러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이미 브라질 야권은 테메르 대통령을 비판하며 탄핵을 발의했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브라질변호사협회도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서를 하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WSJ은 이와 같은 탄핵 요구를 받아들여 표결에 부칠지는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 의장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브라질 연방선거법원(TSE)이 지난 2014년 대선 당시 연립여당으로 불법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하는 경우다.

연방검찰은 호세프-테메르 캠프에 1억1천200만 헤알의 비자금이 유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연방선거법원이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테메르 대통령도 물러나야 한다.

WSJ은 지난주 시점까지 봤을 때 법원이 대선 결과를 무효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라시아그룹은 "연방선거법원의 판결은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테메르의 퇴진이 국가와 경제에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제의) 해결로 점점 인식되고 있어 테메르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는 쪽으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드러났을 경우다.

WSJ에 따르면 브라질 대법원은 부패행위 연루, 사법당국 조사 방해, 범죄 연루 혐의 등로 테메르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신문은 테메르 대통령이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혐의 사실이 입증되면 물러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테메르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하면 의회가 즉각 탄핵에 나서야 한다는 대중의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메르 대통령은 대법원의 부패 혐의 수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대중의 거센 반발을 고려할 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네 번째는 대규모 시위에 따른 압박에 못 이겨 사퇴하는 경우다.

WSJ은 지난 일요일 테메르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참가자 수가 예상외로 적었지만 이는 기상 악화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향후 시위 참가자가 늘어날 경우 테메르 대통령이 받는 부담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자진 사퇴다.

현재 테메르 대통령의 지지율은 9%로 추락한 상태다. 그를 개혁 적임자로 봐온 일부 정재계 외에 지지 기반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만약 테메르 대통령이 약속해온 강력한 개혁 정책이 스캔들로 인해 발목잡힐 경우 그의 기본적인 지지 기반도 무너지게 된다고 WSJ은 지적했다.

매체는 테메르 소속 정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마저 등을 돌릴 경우 레임덕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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