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오락가락 백악관, 입장 불분명한 탓"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권의 불확실성을 키웠지만 백악관의 입장이 불분명한 까닭에 시장의 공포감이 커지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기밀을 유출하고 연방수사국(FBI)에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도 증시는 단 하루만 급락했다며 시장 불안이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금세 사라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 증시가 상승한 가운데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2 아래로 떨어졌다.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단어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지수는 미국 정치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례없이 고조된 상황임을 가리키고 있어 공포지수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것을 두고 의문이 일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데 증시가 차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어 의외라는 분석이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의 루보스 파스토 교수와 피에트로 베로네시 교수는 증시 변동성이 정치적인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보내는 신호의 명확성에도 좌우된다며 백악관이 입장을 자주 뒤집어 신호가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필요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가 필요하다고 번복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이어온 바 있다.

신문은 잡음이 많은 신호가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가를 짓누르지 않는다며 닷컴 버블, 금융위기 때와는 사뭇 다른 환경이라고 말했다.

현재처럼 미국의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데도 공포지수가 낮았던 시기는 2013년으로 당시 유럽에 대한 우려를 언론에서 연일 다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진단했다.

파스토 교수와 베로네시 교수는 향후 몇 달 동안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얘긴 아니라며 백악관의 입장 발표가 과거 정권 때보다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다른 경로로 등장하는 정치적인 신호에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17일에도 증시 급락을 야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라 그가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연루된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고 직접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