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은행권의 각종 수수료 인상에도 가격 결정은 자율 경영에 해당한다며 뒷짐만 지던 금융당국이 행정지도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이 문재인 정부 코드 맞추기로 가장 먼저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되는 은행권의 수수료 실태를 점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그간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예대마진 수익성이 악화함에 따라 수익감소분 보전을 위해 제반 수수료를 잇달아 인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당국은 금리·수수료 등 가격 결정은 금융회사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은행의 경우 업무원가, 영업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수료를 신설·인상하고 있으며, '금융규제 운영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금융당국도 은행의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더는 방치하기가 어렵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집을 통해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를언급했고,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과거 저서를 통해은행의 반독점체제를지적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당장 제도를 손보기란 쉽지 않다.은행의 수수료 인상 자율결정이 총리훈령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다만, 훈령에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행정지도가 가능하도록 정해져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익을 크게 침해하는 부당한 수수료 인상 사례 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행정지도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계좌 자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고객에게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며 "이러한 수수료 정책은 국내 정서에는 아직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등한시하고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켜 손쉽게 수익을 올리려는 수수료 인상은 사실상 부당행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금융소비자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점을 (은행권도)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공약 실천 방안을 두고 내부적으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집 중 금융 분야만 보면 당국이 실천하지 못할 정책은 사실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은행권의 수수료 인상 억제를 위한 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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