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추가 통화완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잭슨홀 연설을 끝내자마자 부양책을 써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부양책 회의론'에 직면했다.

여기에는 Fed 안팎의 인사들뿐 아니라 과거 버냉키 의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측근까지 가세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지난 1일 잭슨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그렇게 오랫동안 엄청난 완화정책을 사용하고도 우리가 왜 거의 성장을 못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콘 연구원은 Fed가 경제성장이 부진한 이유로 주로 꼽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와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주택시장 붕괴 등에 대해 "충분하지 않은 대답이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이 많다"고 꼬집었다.

WSJ는 콘 연구원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Fed 부의장을 지내면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버냉키 의장과 손발을 맞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의 속내를 남들보다 잘 이해하는 콘 전 부의장도 Fed의 부양책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31일 연설을 통해 Fed의 양적 완화와 기준금리 전망을 밝히는 정책 등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WSJ는 Fed가 컴퓨터 모델로 추정한 결과, Fed의 부양책은 경제성장률을 3%포인트 끌어올리고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Fed의 모델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Fed가 사용한 모델은 경제가 회복되는 기간에는 성장속도를 과대 계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리를 낮춰도 내수 확대 효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단골 지적 사항도 나왔다.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는 "부채가 과도한 가계는 저금리에도 지출 확대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위기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현상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는 빚부터 줄여야 할 처지"라면서 "통화정책이 큰 역할을 해낼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부양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리치먼드 지역의 노동자들은 고용주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숙련도가 부족하다"면서 "고용주들이 원하는 수준과의 틈새를 메우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통화정책으로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회의론자들에 맞서 Fed에 더 과감한 행보를 주문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부양책 반대파들의 우려와 달리 부양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달로 임기가 끝난 애덤 포센 전 영란은행(BOE) 통화정책 위원은 "중앙은행이 스스로 부과한 금기 때문에 필요한 완화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정책을 막는 '패배주의'가 아쉽다"고 말했다.

부양책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던 콘 전 부의장도 부양책 실시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부양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무대책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면서 "부양책을 쓰면 최소한 작은 부양 효과라도 난다"고 말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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