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내 사모펀드(PEF)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 ING생명보험과 삼양옵틱스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잇달아 참패했다.

전문가들은 PEF가 기업의 추가 성장보다 투자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춰 IPO를 실시해 수요예측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향후 PEF가 남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커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가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지목됐다.

◇ '인기 없네'…ING생명·삼양옵틱스, 수요예측서 경쟁률 저조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환렌즈 전문기업 삼양옵틱스는 지난 18~19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3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양옵틱스 공모가는 희망범위(1만6천700~2만600원) 최하단인 1만6천700원으로 결정됐다.

신청수량 기준으로 기관투자자의 79.2%가 수요예측에서 1만6천700원 미만을 제시했다. 1만6천700~2만600원을 제시한 기관투자자는 11.3%였고, 2만600원 위를 부른 기관투자자는 3.1%에 불과했다. 기관투자자의 6.3%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

신청수량 기준으로 삼양옵틱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8.7%를 기록했다. 1개월 동안 의무보유하겠다고 확약한 수량은 290만주, 15일 동안 보유하겠다고 한 수량은 580만주다.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낮고 의무보유확약 기간도 짧다는 지적이다.

이는 삼양옵틱스와 비슷한 시기(지난 17~18일)에 수요예측을 실시한 필옵틱스의 의무보유확약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업체 필옵틱스는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647.18대 1, 의무보유확약비율 13.25%를 기록했다. 3개월 동안 의무 보유하겠다고 한 수량은 679만4천주, 1개월 동안 갖고 있겠다고 한 수량은 6천286만주다.

기관투자자가 수요예측에서 일정 기간 의무보유를 확약하면 기관투자자는 그 기간에 해당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증권사의 한 IPO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의무보유를 확약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라며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으면, 그 주식의 매력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부터 21일까지 수요예측을 실시한 ING생명도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3.97대 1이다. 이에 따라 ING생명 공모가는 희망범위(3만1천500~4만원) 하단인 3만3천원으로 확정됐다. 의무보유확약비율은 0.13%를 기록했다. 기관투자자 1곳이 15일 동안 의무 보유하겠다고 신청했다.

◇ "투자자금 회수에 방점 찍은 IPO 흥행 실패할 확률 높아"

전문가들은 PEF가 투자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IPO를 실시해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결과가 나왔다고 진단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투자자금을 회수하거나 추가 성장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IPO를 한다"며 "추가 성장을 위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상장하는 경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지만, 투자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상장하는 경우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PEF는 대부분 투자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IPO를 실시한다"고 했다.

실제 삼양옵틱스와 ING생명의 최대주주는 각각 VIG파트너스(지분율 100%)와 MBK파트너스(지분율 100%)다. VIG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는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삼양옵틱스와 ING생명의 IPO를 실시했다. 삼양옵틱스와 ING생명 IPO가 100% 구주 매출로 진행된 이유다.

이 때문에 IPO 이후에도 삼양옵틱스와 ING생명에 유입되는 자금이 없고 투자계획도 없다. VIG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만 투자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이는 삼양옵틱스, ING생명과 비슷한 시기에 수요예측을 실시한 필옵틱스, 넷마블게임즈와 대비된다. 필옵틱스와 넷마블은 100% 신주 모집으로 IPO를 실시했다. 필옵틱스는 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시설투자, 연구·개발(R&D), 신사업투자, 차입금상환을 할 계획이다. 넷마블도 공모자금으로 차입금상환, 인수합병(M&A) 및 투자, R&D를 실시한다.

PEF가 보유한 기업이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의 IPO 팀장은 "수요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이라며 "IPO 기업의 공모가가 저평가됐으면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고평가됐으면 반대상황이 연출된다"고 했다.

그는 "PEF가 보유한 기업의 공모가는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있다"며 "PEF가 투자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버행 이슈도 PEF가 보유한 기업의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결과가 나오는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사의 다른 IPO 관계자는 "통상 경영참여형 PEF는 '자금모집→기업 투자→기업가치 제고 →매각'의 단계로 운용된다"며 "향후 PEF가 남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버행 이슈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삼양옵틱스와 ING생명은 상장을 위한 투자설명서에서 향후 최대주주인 PEF의 지분매각으로 경영권이 변동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적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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