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정복할 수 있다고 너무 낙관…연준 의장 된 뒤 후회"

"2% 인플레 목표는 고수해야…재정정책 역할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이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일본은행(BOJ)을 과거 지나치게 비판했던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24일 BOJ가 주최한 국제회의에 강연자로 참석해 본인이 연준 의장이 돼 무거운 책임과 불확실성에 직면한 뒤 "(BOJ에 대한) 나의 이전 일부 지적 논조를 후회했다"면서 자신은 중앙은행이 단호히 결심하면 디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다고 너무 낙관했었다고 말했다.

학자 시절 BOJ가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던 그는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0년 저술한 공동논문에서 BOJ의 통화정책을 '스스로 초래한 마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특히 나는 나의 초기 일부 저술에서 통화정책이 자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과 재정정책과의 얼마간 조화가 필요한 것을 항상 선명하게 구분하진 않았다"고 반성했다.

그는 이러면서 2011년 한 기자회견에서 과거 자신의 견해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에 "나는 10년 전보다 중앙은행가들에 대해 좀 더 동정적이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BOJ는 2013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현 총재가 취임한 뒤 '양적·질적완화(QQE)'라는 이름의 대규모 자산매입 정책을 도입하고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분투해왔다.

하지만 BOJ의 기준 물가지표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3월 전년대비로 0.2% 상승하는 데 그쳐 2%에 여전히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산출되는 근원 CPI는 2016년 한 해 동안에는 2월(0.0%)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였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런 상황임에도 BOJ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 경제가 현재 잘 움직이고 있지만, BOJ가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지속해서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으면 한다"면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해 금리를 올릴 수 있게 되면 미래의 경기후퇴(리세션)에 대응할 수 있는 BOJ의 능력을 키워 경제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2018년부터 인플레이션이 2%로 뛴다고 가정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21%포인트가량 줄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에 대해 "현재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체인저(판도를 바꾸는 근본적 계기)는 아니지만 상당한 편익"이라고 설명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구로다 총재하에서 시행된 BOJ의 통화완화 정책들은 인플레이션과 명목 GDP 성장률을 높이고 고용시장 수급을 더 빠듯하게 하는 등 의미있는 결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BOJ가 지난해 자산매입에서 '장단기금리(수익률곡선) 조작'으로 통화정책의 축을 변경한 데 대해서는 "(통화정책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다만 "일본 경제의 일부 특징과 과거 정책들의 유산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더 빠른 진전을 막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2% 목표가 달성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BOJ가 상당한 규모의 통화완화 정책을 추가로 사용할 여지는 "제한돼 보인다"면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면 재정정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대신 BOJ는 재정지출 확대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를 일시적으로 웃돌게 하는 '오버슈팅' 전략을 사용하는 방안을 유망한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는 명목 경제성장률을 높여 정부부채 비율의 악화를 막자는 취지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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