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선거철만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국내 유명 사주 명리학자 A씨.

최근 그는 인구구조(Demography)의 대변화가 자신의 업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탄식했다.

주역이란 게 계량적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과학인데, 최근 들어 한국인의 수명이 유례없이 늘어나는 바람에 '백 데이터'가 없어 도저히 미래 예측을 감당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손님들에게 예전에는 평균 70살까지의 사주만 봐주면 됐는데, 최근에는 100살까지 뭘 하고 살면 좋은지, 어떤 운인지를 봐달라고 졸라대니 도무지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그는 조만간 사주 업계 종사자들은 죄다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수명의 대책 없는 연장은 좁게는 예·적금, 주식, 채권,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및 금융시장에 태풍을 불러일으키고, 넓게는 연금, 교육, 의료, 복지, 국방, 직업선택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의 철학, 이념, 개인의 인생관 등에도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의 중, 장기 경제성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고령화에 따른 국내 인구 지형의 변화도 큰 변수지만,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일본 등 인근국가의 고령화 추세도 이에 못지않은 초대형 변수다.

특히 향후 중국의 고령화 문제는 국경을 맞대고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의 고령화로 말미암은 생산에 참가하는 인구의 급격한 축소가 중국의 성장률 저하로 나타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21세기 전 지구적인 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UN의 최근 자료를 보면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보다 심각한 인구 고령화 추세다. 2010년 현재 1명의 중국여성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는 1.56명, 참고로 미국은 2.08명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 인구의 절정은 2026년에 나타나고, 2010년과 2050년 사이 중국의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마이너스 3.4%로 뒷걸음질치며 헤맨다. 2010년 현재 34세였던 평균연령도 2050년에는 49세로 쭉 올라간다.

연령대별 인구 점유율의 변화를 보여주는 고령화 순서는 일본과 한국, 중국으로 나타나지만, 중국의 초대규모 인구를 고려하면 중국의 인구 변화 추이는 인근국가에 충격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경제성장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생산연령인구를 총인구로 나눈 비율인 '생산연령인구비율'에서 특히 그렇다. 2010년 현재 중국의 생산연령인구비율은 73%에서 2020년 70%로 줄어든 뒤, 2030년에는 65%, 2040년에는 60%대로 뚝 떨어진다. 물론 현재도 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이 비율 감소는 중국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2010년 현재 60%에서, 2020년 57%, 2030년 55%, 2040년 50% 선으로 가파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인의 운명을 내다보려면 국내의 고령화 인구 구조 변화를 살펴야 할 뿐만 아니라, 인근국가의 10년~30년 후 노동시장의 상황도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것 같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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