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극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공공기관 중 하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걱정하지 말고 사업을 벌이라고 격려를 듣던 LH는 이후 '부채공룡'으로 낙인찍히며 방만경영의 상징이 됐다. 사업조정 등으로 영업익 3조원을 움켜쥔 LH가 공공임대를 필두로 주택공급시장의 큰손으로 나설지 주목됐다.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매출액 22조 9천677억원, 영업익 3조1천756억원, 당기순익 2조2천37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3.3% 감소했지만 영업익과 당기순익은 두 배가 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금융부채 비중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3년 121조9천97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85.8%를 차지하던 금융부채는 지난해 105조9천674억원 79.5%까지 내려왔다. 2013년 100조원까지 불어났던 장기금융부채는 지난해 80조원으로 줄었다.

반겨야 할 재무구조 개선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사업구조조정, 주택분양 축소 등 재무개선에 매달리는 동안 국민주거생활의 향상이라는 설립 목적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2009년 통합출범 당시 국민임대 3만3천여호, 공공임대 2만4천호, 공공분양 8만3천여호 등 14만1천여호를 분양했던 LH는 지난해 공공임대 5만2천여호 등 총 5만7천여호를 분양하는 데 그쳤다.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공급규모가 절반에도 못미쳤다.

실적 개선의 이면도 들여다볼 문제다.

LH의 매출원가율은 2013년 92.8%, 2014년 92.6%, 2015년 91.6%에서 2016년 83.7%로 내려왔다. 2013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매출원가율이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주택공급축소로 택지품귀 현상이 일어나며 토지 입찰가격이 치솟은 결과다.

LH 관계자는 "2014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 매각 자산의 감정가격 등이 올랐다"며 "토지 등 자산판매수익이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내려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LH가 집행하는 투자규모는 계속 감소했다.

지난 2013년 19조1천643억원이던 투자집행액은 2014년 17조4천200억원, 2015년 17조7천90억원에서 2016년 14조 4천655억원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장기임대 13만호 등 연간 17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기관별 배정물량 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LH의 역할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는다면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이다.

LH의 다른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공급할 장기임대주택 13만호의 기관별 분담물량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매입·전세 임대를 포함한 최근 준공물량 9만5천호를 감안하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매년 12만~13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했다. LH는 이중 연평균 9만 3천호의 주택을 건설, 매입, 전세임대 등으로 공급해 전체 공공주택 공급의 73%를 감당했다.

다만, 최근 4년간 LH의 주택인허가 물량이 연간 4만~5만호였던 점을 고려하면 새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며 공급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LH 금융부채 중 50조원 가량이 임대주택건설관련 부채다"며 "공공임대 건설에 따른 부채를 새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임대주택 공약의 실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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