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석이던 실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최순실 그림자'를 상당 부분 걷어냈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투자위원회에 참석했던 7명의 실장들이 모두 교체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5일 기금본부 주식운용실장에 채준규, 해외증권실장에 조인식, 해외대체실장에 김재상 실장을 임명했다.

전임자의 퇴사로 공석이던 해외증권실장과 해외대체실장은 내부 인사로 채웠다. 채준규 실장과 조인식 실장은 2008년과 2011년에 국민연금에 합류해 직전 리서치팀장과 주식운용실장을 맡았다. 채 실장은 이번에 팀장에서 실장으로 승진했고, 조 실장은 리스크관리와 주식운용에 이어 해외증권실장까지 두루 실장 자리를 거치게 됐다.

올해 상반기 경력 채용을 통해 외부에서 수혈된 김재상 실장은 슈로더자산운용과 BNP파리바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을 거쳤으며 대체투자 전문가로 통한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메리츠자산운용 재임 때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으로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홍역을 치렀는데, 이번 인사로 분위기 쇄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은 자체적으로 두 회사의 적정가치에 기초해 1대 0.46이라는 적정 합병 비율을 산정했음에도 지난 2015년 7월10일 기금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삼성 측이 제시한 1대 0.35의 합병 비율로 찬성안을 통과시켰다.

참석자는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이던 홍완선 위원장(CIO)을 비롯해 이 모 운용전략실장, 김 모 운용지원실장, 한 모 주식운용실장, 안 모 채권운용실장, 유 모 대체투자실장, 이 모 해외증권실장, 양 모 해외대체실장 등 총 12명이다.

투자위원회에 참석했던 7인 실장들은 하나둘씩 기금본부를 떠나 현재 아무도 남아있지 않으며, 이번 인사를 통해 물갈이가 모두 이뤄졌다. 조인식 실장은 당시 리스크관리센터장으로 투자위원회 표결에 참여했으나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외압에 의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합병 비율 논란이 있었던 SK와 SK C&C 합병은 전문위원회에 넘겼으나, 삼성물산 합병은 내부 투자위원회 선에서 통과시켰다.

이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구속됐고, 홍완선 전 CIO는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인사로 그동안 공석이었던 실장 자리는 모두 채워졌으나 해외증권실장과 해외대체실장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용하겠다는 목표는 절반만 달성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30여명의 운용역을 채용하려고 계획했지만, 전주 이전으로 생각보다 기금본부에 적합한 인재들이 많이 몰리지 않으면서 15명밖에 채용할 수 없었고, 해외증권실장은 내부 출신으로 보강해야 했다. 국민연금은 15명 이외에 추가적으로 30여명을 더 채용하기로 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지원하는 운용역의 역량이 전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들리고 있다"며 "운용역들이 운용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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