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줄어들면서 기준금리 동결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최장 기간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16개월이다.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4년 7월, 2011년 6월부터 2012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12개월간 동결한 게 2번째 기록이다.

올해 5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은 11개월째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만약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최장기간 동결 유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정정책 확대 가능성이 커진데다, 향후 미국 금리인상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등 글로벌 변수도 산적해 있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움직일 여지가 줄어든 상태다.

◇이주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부담 줄어"

5월 금통위 간담회에서 나온 이주열 총재의 발언은 금리 동결 기조 지속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4월보다 강해 현재의 금리 수준이 충분히 완화적"이라며 우선 금리인하 여지를 없앴다.

그리고 "미국 금리인상에 기계적 금리인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말은 유효하다"며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도 낮게 봤다.

이 총재는 "최근 한·미 장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 점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는데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의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됐던 한·미 금리 역전이 오히려 최근 해소됨으로써 금리 동결 기조를 더 길게 가져갈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장기금리 역전 해소 배경은 "미국 장기 금리는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경제정책 추진 기대가 약화되면서 낮아졌고, 국내 장기 금리는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져 상승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가계부채·추경·한미 금리역전 등 첩첩산중

한은이 기준금리를 움직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정책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10조원 추경 편성에 공감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총재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현재 저금리 상황에서 재정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이라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시적 정책으로서도 유효성이 높다"며 재정정책의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는 차원에서도 추가 금리인하 카드는 접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키우는 금리인상 역시 쉽지 않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금리인상 요구를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심각하다고 인식되지 않는 이상 금리인상을 불러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 2012년 7월 3.25%를 고점으로 1.25%까지 낮아졌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공식적으로 종료됐으나 향후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