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지만 서울외환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신용등급 평가가 글로벌 경기 호전 속 중국이 진행해온 구조개혁 움직임보다 후행했다는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고려할 때 시장의 기대가 커 환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25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일 신흥국 통화 약세에 다소 영향을 미치는 듯했지만 달러-원 환율은 그보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내용에 더욱 민감한 편이었다"며 "위안화도 안정세라 서울환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말했다.

국제신평사 무디스(Moody's)는 전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지난 1989년 이후 28년 만이다.

무디스는 앞으로 5년간 중국 경제성장률이 연 5% 정도로 둔화되고 금융 역량도 손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중국 재정부는 "중국 비금융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정부가 지속해서 경기 부양책을 통해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무디스의 견해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장의 해석도 사실 중국 당국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과거 중국 국영기업 등의 과도한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에 정부가 구조개혁에 나선 마당에 후행적인 평가가 나온 것"이라며 "최근 핫머니 유출이 줄어들고 외환보유고도 늘어나는 상황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기보다는 안정을 되찾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최근 중국 증시가 조정됐지만 통화정책이 중립적으로 전환하고 유동성을 규제한 데 따른 것으로 시장은 이런 당국의 노력을 인정하는 상황"이라고 시장에 일시적 충격조차 없었던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도 위안화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통상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어 달러-위안 환율 상승에 따른 달러-원 롱플레이 자극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6.86위안을 밑도는 등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이 경기에 대해 자신감이 가지면서 금리를 긴축하고 구조개혁에 나서는 단계인데 무디스는 앞으로 부채를 늘리는 것에 중장기적 리스크를 경고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당장의 위험 요인은 찾기 어려워 환시에서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7월께 홍콩과 본토 채권시장을 연계한 채권퉁(債券通)에 일정 수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위안화 가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도 위안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건형 연구원은 "중국이 재정정책으로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한 개발이 가속화한다면 금융, 실물 양면에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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