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주식시장에서 매서운 시련을 맛보면서 유럽은행들이 직면한 위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런던시간) 보도했다.

유니크레디트가 주주 할당발행을 통한 신주발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 이 은행의 시가총액은 지난주 이후 40%나 증발했다.

유럽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오는 6월까지 1천450억유로를 확충해야 하며 이 때문에 유니크레디트의 상황은 유럽 은행권에는 매우 불길한 징조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브뤼셀 소재 연구소인 브뤼겔의 니콜라스 베론 선임 연구원은 "정책 담당자들은 유니크레디트 때문에 불안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동안 은행들이 시장에서 한꺼번에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며 지난 9일 독일의 6개월물 국채입찰 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투자수익률보다 투자금의 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 소재 란데스방크의 베르너 쉬르머 애널리스트는 "유니크레디트의 첫번째 문제는 이탈리아 은행이라는 것"이라면서 "또 시기도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 수개월 동안 유로존 은행권은 험난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지난 10월 역내 은행에 기본자기자본비율을 9%로 올리라고 지시했다. 유니크레디트는 이 때문에 100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블린 소재 NCB스톡브로커스의 애널리스트는 "일부 은행들의 자본 확충은 가능하겠지만, 시장의 자산은 유한하다"고 말했다.

한 투자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유니크레디트의 신주발행은 많은 은행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가능한 한 신주발행을 통해서는 자본 확충을 피하려고 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은행들은 사업부 매각 등 제한적인 선택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유니크레디트의 불안 상황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일 수 있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칼 웨인버그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은행들이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고자 대출을 줄이면 정말 심각한 신용 경색이 나타날 것이며 이후에는 강도 높은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니크레디트가 처한 곤경은 은행들이 시장에 주식을 내놓을 수 없는 암울한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니크레디트가 신주발행 계획을 밝힌 이후 이 은행의 주가는 45%나 떨어졌고, 지난 9일에는 주가 변동이 심해지면서 몇 차례 주식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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