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달러화에 재페그…지속 불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이 최근 들어 위안화를 달러화에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위안화는 올해 들어 거의 1%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작년 위안화가 달러화에 6% 이상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위안화의 변동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내재변동성 지표도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WSJ은 최근 몇 주간 지속한 이러한 안정이 지속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억눌려진 위안화 약세 압력은 되레 급격한 절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 강등에도 위안화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전날 역내에서 위안화는 달러화에 0.3%가량 절상됐다.

중국 당국은 올해 금융시장 안정을 경제 우선순위에 두고 부채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최근 들어 당국의 규제 강도가 강화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의 불안이 커졌지만, 상대적으로 외환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민은행의 이전 외환 전략은 미 달러화가 하락할 때는 위안화의 완만한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위안화가 달러화를 그대로 추종하게 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위안화 기준환율을 조정해 위안화 절하를 유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러화가 오를 때도 위안화를 소폭 절하하는 데 그쳐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이는 당국이 변동성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지난 24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은 6.8758위안에 고시됐다. 이는 전날보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0.14% 절하된 것이지만, 시장이 예상한 달러당 6.90위안보다 절하율이 크게 낮았다. 전날 달러지수가 0.39%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절하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셈이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다음날엔 인민은행이 시장 예상보다 위안화 가치를 더 높은 수준으로 고시했다.

트레이더들은 일부 중국 대형 은행들이 위안화를 떠받치기 위해 달러화를 매도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빈 브룩스는 "중국의 외환 관리가 미국 대선 이후 크게 바뀌었다"라며 "위안화가 달러화에 다시 고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화율을 산정하는 방식이 규칙을 따르던 데서 환율에 좀 더 재량권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위안화가 달러화에 고정되면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등에도 자본유출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알루미늄업체 색통발전(索通展股)의 랑 광 후웨이 회장은 "위안화가 적어도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며 "이 때문에 달러 수익을 위안화로 전환하는 것을 미룰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거둬들인 달러 수익을 위안화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위안화 절하 압력이 크게 낮아졌음을 시사한다.

한편, 인민은행은 한국의 원화나 일본의 엔화 등 다른 교역 파트너의 통화에 대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도록 내버려두는 모습이다.

바스켓 통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반영한 위안화 지수는 지난 19일 2015년 지수가 발표된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 수출업체들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UBS 에셋 매니지먼트의 애슐리 페롯 범 아시아 채권 담당 헤드는 "인민은행이 은밀히 절하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달러화가 다시 랠리를 펼치고 중국이 달러화에 위안화를 계속 고정할 경우 위안화는 결국 다른 교역 통화대비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BNP파리바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기예르모 펠리시스 선임 투자 전략가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통화 환경이 더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이는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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