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장기침체 가설'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WSJ과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느린 경제성장, 낮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금리 등이 몇 년 전 큰 주목을 받았던 장기침체 가설의 정당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장기침체 가설은 '미국의 케인스'로 불렸던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대공황 시기인 1938년 처음 제기한 것으로, 2013년 11월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의 콘퍼런스에서 서머스 전 장관이 다시 들고나와 학계와 금융시장에서 크게 회자했다.

그의 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만성적 수요 부족과 투자기회 고갈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3년반 전 자신이 장기침체 가설을 제기했을 때 우세했던 전망치들과 비교할 때 "산업화한 세계의 금리와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낮아졌다"면서 "내가 그 당시 했던 전반적인 주장이 오늘날 더욱 진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침체 가설에 대한 관심은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번지던 2014~2015년 무렵 고조됐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회복이 지속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인기가 식은 모양새다.

2013년 7%가 넘었던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4월 기준으로 4.4%까지 떨어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기준금리를 3번 올렸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의 실업률 하락은 장기침체 가설을 반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장기침체 가설 지지자 중에서) 경제가 언제나 영구적으로 디플레이션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장기침체 가설의 주창인 앨빈 한센이 논한 것은 "약한 (경기) 회복"이라면서 "우리(미국 경제)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간신히 2% 성장에 도달했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지 않다"면서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8년만에 기준금리를 1%로 회복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러면서 10년 만기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그는 "나는 단기 동학이 아니라 (경기) 사이클 동안의 평균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10년물 TIPS 수익률을 10년 단위로 보면 지난 50년 동안 하락해왔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목국채 수익률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제거한 TIPS 수익률은 보통 실질금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서머스 전 장관은 장기침체 탈피를 위해서는 공공 투자 확대가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하는 일 중 일부가 오명을 얻고 있지만 투자 성향을 높이는 기본적인 자극은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만기 미 TIPS 수익률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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