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기술보증기금이 문재인 정부의 창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춰 금융공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금융 역할 방안 등을 보고했다.

당초 기보의 금융공사 전환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업무보고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보가 사업형 공기업으로의 전환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등 유관 기관과의 협의가 우선되어야 하는 문제"라며 "이번 업무보고에는 관련 내용이 제외됐다"고 말했다.

현재 기보는 기술보증기금법에 따라 기금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인 형태다.

정부와 국회 등으로부터 엄격한 예산·결산 심의를 받고 있으며, 사업 계획 수립 및 기금 운영에 대해서도 정부의 감독 아래 놓여있어 경영 자율성이 낮은 편이다.

현행법상 기보가 직접 투자를 하려면 기본재산과 잉여금을 합친 금액의 10% 한도 내에서만 가능해 사실상 단순 보증업무 외에는 다른 업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업형 공기업을 전환하면 기술 평가를 통한 직접 투자나 채권 발행을 통한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 다양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김규옥 이사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요즘에는 투자로 창업을 돕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보증과 투자를 효율적으로 연계해 운영하기 위해 기술금융공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기술을 가져오면 단순히 보증서를 발급하는 수준이었지만 특허를 직접 사주고 컨설팅해 주면서 사업화 시키고 발전시켜줄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주택금융공사처럼 기보는 기술력에 입각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업, 연구개발(R&D), 사업화까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보가 조직확대 개편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공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정부 설득 및 정치권 공감대 얻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보 뿐 아니라 신용보증기금 등도 공사 전환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조직 확장으로 이어지고 기관별 업무 중복으로 업무 비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창업기업 지원을 두고 기보에만 업무를 몰아줄 수 없어 업무 조정부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기보의 공사 전환 문제가 아닌, 정책금융기관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급격히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보 관계자는 "공사 전환을 위한 기술보증기금법 등 관련 법안 개정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해 연내 공사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신보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원업무를 하고 있고 기보는 기술력을 갖춘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어 역할 분담 문제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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