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 당국 경계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연저점 부근인 1,11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다.

글로벌 달러 약세와 새 정부 기대감이 맞물리며 원화 절상 폭이 다른 통화에 비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당국이 1,110원 선 아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견해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관리해야 하는 당국 입장에서도 달러화가 빅 피겨(큰 자릿수)를 바꿔 1,090원대로 내려서게 되면 쏠림 현상이 가속화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의 '레벨' 수호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대다수의 외환딜러는 최근 달러화 환율 하단을 1,110원대 중반으로 보고 장중 대응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 장중 달러-원 환율이 1,114.90원까지 밀리자 당국 경계심이 강하게 일면서 2.00원 이상 뜯겨 올라갔다.

이는 지난 3월 28일 기록한 연저점 1,110.50원 근처로 달러화가 다소 빠르게 내려왔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는 8.2% 절상됐다.

유로화 6.5%, 달러 인덱스(G10) 5.0%, 엔화 4.5% 등 주요 통화 및 지수보다 원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대만달러 7.9%, 인도네시아 루피 5.3%, 말레이시아 링깃 4.9%, 싱가포르달러 4.4%, 위안(CNH) 1.8% 등 아시아통화와 비교해도 절상 폭이 크다.

특히 5월 들어 원화는 1.9% 가치가 뛰어 대만달러 0.4%, 싱가포르달러 0.7%, 위안(CNH) 0.7% 등에 견줘 절상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나타난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이 완전히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은 국내 특수요인에 의해 낙폭이 컸다.

수출 호조세가 계속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됐고, 5월 출범한 새 정부에 대한 정책 기대도 배경이 됐다.

미국계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웠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글로벌 환율 방향성을 결정짓는 이벤트가 생기거나 다른 통화의 절상 폭이 원화와 유사해질 때까지는 당국 경계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원 환율에 하락압력은 계속 가해지고 있지만, 1,115원 선이 막힌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레인지 장세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 급변동 시에만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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