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새 정부가 재정정책 확대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기획재정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시어머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시어머니'는 청와대 비서실 산하의 재정기획관이다. 재정기획관은 새 정부의 중장기적인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기획관은 앞으로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담당하는 예산편성과 배분에 일정 부분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는 현재의 부처 시스템상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는 중장기적 재정 정책 부문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부처개편도 논의했지만, 이는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일단 재정기획관을 통해 재정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전에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 부문을 분리해 금융위원회와 통합해 금융부를 신설하고 기존 기획재정부를 세제와 예산, 경제정책, 기획 등을 담당하는 국가재정부로 개편하는 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러한 개편안이 나온데는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며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합쳐졌고 현재의 기획재정부는 중장기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이 약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재의 기획재정부는 직제상 중장기적인 재정정책을 계획하고 수행하는데 약한 측면이 있다"며 "새 정부는 약화한 기재부의 재정부로서의 역할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기재부 입장에서는 '시어머니'에 해당한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24일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고 이에 기재부는 가능한 다음 달 말까지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효율적인 국정과제 수립을 위해 '재정계획수립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TF는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 소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뒷받침 할 재원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정기획위는 앞으로 70일 동안 새 정부의 공약 우선순위를 정해 각 부처별로 효율성 있는 정책 마련에 집중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예산실은 예산편성 권한에 따라 각 부처의 예산을 삭감하거나 증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중장기적인 재정정책 확대에 집중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현재의 기재부 예산실의 주도권은 당분간 약화할 전망이다.

사실상 처음으로 예산실장 출신 기재부 장관이 탄생했지만, 청와대 중심의 재정정책 강화로 당분간 예산실은 여러 '시어머니'와 공동살림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청와대 중심의 재정정책 강화 분위기가 있지만 기존의 예산실 권한이 크게 약화하거나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보조를 잘 맞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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