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 현안 중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를 콕 찍어 지적했다.

대통령이 직접 가계부채 급증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등으로 부채 확대에 일조했던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좌불안석이다.

부채의 질 관리 중심이라는기존 가계부채 대책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데다새 정부의 금융 홀대론이 증폭되는 점도 부담이다.

◇文 가계부채 '콕 찍어' 문제 제기…국정기획위도 '쓴소리'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일 처음으로 개최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동향 보고를 받으면서 안건에는 없던 가계부채 문제를 특정해 지적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보고한 경제동향에서는 최근 여러 지표상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 실업과 양극화 문제는 심각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계부채 현황 및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이후 가계부채 문제를 딱 집어서, 부채를 줄일 방안에 대해 논의해서 다음 회의 때 토의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처음으로 연 수석 회의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경제 현안으로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을 지시한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359조7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증가 규모도 17조1천억원으로 여전히 크다.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기 이전인 2010년~2014년 1.4분기 가계부채의 평균 증가 규모는 4조5천억원이었다.

막대한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리 인상기 진입과 맞물려 향후 국내 경기를 억누를 수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도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직접 이 문제를 챙기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안 LTV와 DTI 완화 등 가계부채 급증에 원죄가 있는 금융당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가계부채 문제를 키운 당국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여러 위기 요인 중에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데 금융위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부채 총량관리로 전환 불가피…금융 홀대론도 '증폭'

국정기획위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가계부채 문제를 핵심 선결 과제로 제시하면서 금융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당국이 부채의 총량보다 고정금리 및 원리금분할상환 대출 확대 등 부채질 관리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총량관리로 정책의 방향성이 바뀔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총량제 도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금융당국도 당초 오는 2019년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던 DSR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공약 이행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에 대한 새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재차 확인된 점도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한 요인이다.

김진표 위원장은 전일 가계부채 문제를 질타한 데 이어 이날은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의 담합구조가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다"며 금융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경제금융비서관이 '금융'을 뺀 경제정책비서관으로 바뀌는 등 새 정부가 금융을 홀대할 것이란 우려로 금융위 분위기도 침울하다"며 "향후 진행될 부처 개편 논의에서 위상이 약화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일 진행된 금융위의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는 금융위가 문 대통령의 금융분야 공약 대부분의 이행 계획을 착실하게 제시하면서 원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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