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새 정부 출범 후 20여 일이 지나도록 주요 경제부처 수뇌부가 임명되지 않으며 관가와 금융권에는 하마평만 더욱 무성해지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경제수석, 금융위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기획재정부 1·2차관 등 교체 예정인 자리의 하마평에 하루걸러 하루꼴로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면서 관가와 금융권 관계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차관 인사를 단행하려 했다. 인사청문회로 임명에 시간이 걸리는 장관보다 차관 인선을 먼저 마무리해 새 정부 국정과제 실현 동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부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며 차관 인선도 늦춰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차관 인사 발표가 연기되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한)야당의 입장이 큰 변화가 없다고 보이는데 그런 와중에 인사를 발표하는 것은 야당을 협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장관은 물론 차관 인선마저 늦어지며 관가와 금융권에 도는 하마평에는 계속 살이 붙고 있다. 먼저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에는 내부 출신이 승진할 것으로 점쳐졌던 기재부 1차관 자리에 금융위 간부가 이동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장은 더하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김기식·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학계에서는 이동걸 동국대 교수, 관료 출신으로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명됐다.

최근에는 '여성 금융위원장설'이 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각에 여성을 30% 참여시키겠다고 밝힌 데 따라 최초의 여성 금융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 부위원장은 내부 출신일 것이라는 하마평은 다소 힘을 잃었다.

금융위원장 내정설을 담은 증권가 '찌라시'(사설 정보지)도 극성이다. 여기에는 'A씨가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공격당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감원장 내정자는 호남 출신인 B씨'라는 찌라시도 널리 유포됐다.

이처럼 경제부처 수뇌부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것은 인선을 통해 새 정부 경제·금융정책의 방향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선이 지연되며 금융권은 신사업 진출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때문에 금융권은 하마평을 통해서라도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짐작해보려고 애쓰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초대형 투자은행(IB)만 해도 금융당국 징계를 받은 곳들이 있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새 금융위원장이 와야 금융위도 입장을 정리할 텐데 미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기업 구조조정, 소비자보호 강화 등 시급한 문제가 산적하지만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뇌부가 없다보니 섣불리 손대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마다 정책 방향성을 잡고 내각 구성에 일조하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다 보니 정책 공백 상태는 더 심하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누가 금융위원장이 될지 관심을 가졌지만 장하성 정책실장이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발탁되는 것을 보고 예상을 거뒀다"며 "인사는 날 때까지 모르는 것이지만 업무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