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두산 계열사들의 주가가 발목이 잡힐 전망이다.

두산 계열사들의 잇따른 BW 발행은 두산밥캣 상장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상황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의 차입 부담, 낮은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 우려 등으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5천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추진한다. BW는 정해진 가격에 새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회사채다.

앞서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도 각각 5천억원과 1천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하기로 한 바 있다. 두산 계열사들이 올해 발행하는 BW만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BW 발행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달하는 자금을 통해 영구채 조기상환 등을 위한 자금을 미리 확보해 향후 회사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하반기에 2천3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에 조기 상환하지 않으면 이자 부담이 커지는 영구채 5억달러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이후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두산 계열사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유동성에 대한 우려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은 올해 3월말 현재 3조3천969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5년 5조551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으나 부채비율은 여전히 207.4% 수준이다.

문제는 BW 발행으로 오버행 부담이 지속되면서 주가 상승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적정주가를 하향하는 진단도 이어지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동성 우려는 완화될 수 있으나 주가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BW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효과를 발행해 적정주가를 8천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두산중공업이 5천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정한 이후 두산중공업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호황에도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담에도 두산인프라코어가 BW 발행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보다 회사채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BBB-' 수준으로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하면서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최근 회사채시장의 호황은 두산인프라코어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다만, BW 발행으로 재무부담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이길호 한신평 연구위원은 "주가 희석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에도 궁극적으로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다"며 "신용등급 전망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렵지만 지난해 이후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BW 발행을 선택한 것은 중국 등 신흥시장의 건설장비 수요회복으로 향후 실적 및 중장기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차입금 감소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효과도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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