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회장은 29일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대출 목적이나 대출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새 정부에 대한 은행권의 요청 사항을 설명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은행연합회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 보고서를 통해 14개의 핵심 과제를 국민인수위원회에 제안했다.

하 회장이 언급한 부동산 규제의 차등 적용은 가계대출의 가격 기능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가계부채의 총량을 관리하되 대출 규모와 목적 등 대출자의 상황에 따른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나 청년들에게는 규제를 완화하고 투기 목적의 구입자는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며 "일률적으로 LTV와 DTI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아니며, 이는 새 정부가 가계부채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뜻에서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새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한 여신관리 지표로 언급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기준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수준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내달 안으로 전(全) 금융권 DSR 로드맵을 마무리하고 오는 4분기에 은행권 DSR 표준모형 마련을 준비 중이다.

하 회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보단 주거 문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공공주택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서민 위주의 임대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무주택자의 주거비용에 대한 세금혜택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임금 문제에 대해선 새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찬성하되 임금체계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던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은행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반복되는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향상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는 폐지하고 직무급제 도입과 함께 성과 측정에 따른 합리적인 성과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조만간 은행권 전체적으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하 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문제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 직결된다"며 "특히 신규채용의 문제는 임금의 유연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직무급제 도입 등과 같은 관점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의 새로운 회원사가 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 은산분리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근 대출과 예수 기능을 가진 대형 금융회사 규모가 커지고 은행 고유의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은산분리 적용 기준은 '업종'에서 '금융회사의 실제 업무 내용과 규모'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회장은 "현행 은행법하에서는 창의적인 기술과 자본력이 있는 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경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본금 규모 등의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은산분리 완화가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증권업계가 주장해온 '기울어진 운동장 론(論)'에 반박하는 관점에서 언급해온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의 금융산업 프레임 전환도 강조했다.

해외 금융회사들이 겸업주의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규모나 효율성 측면에서 여러 한계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이어 불특정금전신탁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신탁제도의 개선, 개인연금의 세제혜택 강화, 원금보장형 연금저축신탁의 신규가입 허용,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업무 범위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