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새 정부가 추진하게 될 금융정책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자 이에 대비하려는 은행권도 분주한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기획담당 임원 20여 명은 지난주 토론회를 열어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한 금융권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금융연구원의 '하반기 한국경제 전망과 향후 금융 부문의 과제' 보고서가 바탕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소비자금융 강화와 관계형 금융 확대, 금융회사 규제 시스템의 변화, 그리고 금융시스템 리스크 관리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정부는 금융공기업을 통한 직접적인 일자리 확대는 물론, 삼세번 재기지원 펀드 등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언급한 상태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지만, 공적 기관의 성격을 배제할 수 없는 은행권 역시 일자리를 확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털어놨다.

벌써 일부 은행이 신규 채용 확대와 일부 비정규직의 정규직을 언급하고 나섰지만, 다른 산업군과 달리 금융 부문의 특성상 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특히 수익성과 효율성을 위해 점포 통폐합에 나서고 있는 은행들은 재정 건전성보다도 일자리 창출에 우선을 두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두렵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기획부장은 "업무의 특성상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곳도 있고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호봉제 폐지 등 대부분의 은행이 임금체계를 둘러싼 이슈가 많아 은행 내 정규직 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총량제로 관리될 가계부채에 대한 새 정부의 해결방안도 다양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입장과 달리 새 정부는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기획담당 임원은 "가계부채를 숫자로 통제하게 되면 대출 수요자의 원망은 고스란히 은행의 몫이 된다"며 "새 정부가 가계부채를 통제하겠다는 뜻이 강한 만큼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마련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은행이 도입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기준을 300%로 설정한 데 대해서도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은행권은 당국이 오는 4분기 선보일 DSR 표준모형의 관리 기준도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새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되면서 은행의 이사회와 경영진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상태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주 이사회에서 농협경제연구소의 분석을 바탕으로 새 정부 금융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올해 하반기 잔여지분 매각과 내년 지주사 전환을 준비 중인 우리은행 역시 이사회 차원에서 경영진과 함께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를 준비 중이다.

특히 은행들은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와 가계부채 정책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을 주문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소득을 늘려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관계형 금융 확대 등과 같은 맥락에서 맞닿아 있다"며 "금융당국의 수장 인선 이후 구체화할 금융정책 방향을 통해 은행권의 현실이 반영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