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조의 생산성이 문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베짱이'에 비유돼오곤 했으나, 이런 비판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로존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두 나라는 유럽에서 가장 근면한 나라로 꼽히는 독일보다도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10일(미국시간)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마크 챈들러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8년 자료를 인용해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평균 노동시간은 각각 2천120시간과 1천802시간이라고 밝혔다.

1천429시간인 독일보다 각각 48%와 25%나 많은 노동시간이다.

챈들러 애널리스트가 OECD 산하 12개 국가의 노동시간을 비교한 표에서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1위와 2위에 올랐다.

독일은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에 이어 세 번째로 일을 덜 하는 국가였다.

1998년 자료에서도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가로 꼽혔으며, 그리스는 12개국 중 유일하게 10년 전보다도 노동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유로존 재정위기가 국민의 근면성 부족 때문에 비롯됐다는 통념은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데 힘을 실어줬으나, 각국의 노동시간을 보면 이런 통념은 근거가 없는 셈이다.

WSJ는 "문제는 근면성이 아니라 생산성 격차를 낳는 경제 구조"라고 지적하고, "(단위 노동비용을 증가시키는)복지 혜택도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이는 그리스뿐 아니라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만 복지 혜택 축소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챈들러 애널리스트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부자 나라들은 더 영리하게, 자본집약적으로 일한다"면서 "그리스의 경쟁력 부족은 노동시간에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 생산성과 임금ㆍ복지 혜택의 조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 산업 섹터가 경제 전체의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들어 그리스의 문제를 지적했다.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그리스의 농업부문이 생산하는 부가가치는 전체의 4%로, OECD 국가 중 가장 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유로존 국가는 농업부문이 전체 부가가치의 2~3%를 생산하며, 독일은 이 비중이 단 1%에 불과했다.

또 그리스는 서비스부문의 부가가치가 전체의 73%를 차지해 유로존에서 최고 수준을 보였지만, 독일은 69%였다.

그리스가 농업과 서비스부문에 비해 제조업 발달이 취약하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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