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여의도에서 주식을 좀 한다는 이른바 '선수'들이 모인 곳이라면 증권사는 프랍 트레이딩 부서, 자산운용업계에선 헤지펀드를 들 수 있다.

목표는 비슷하다. 둘 다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어떤 선수는 기존 자산운용사 또는 증권사의 헤지펀드 부서로, 어떤 선수는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헤지펀드를 인가에서 등록으로 전환한 이후에 직접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를 차려 나가기도 했다.

실제로 강승균 전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 본부장, 다시 증권사 프랍 트레이딩 부서로 복귀한 서진희 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 본부장, 그 자리를 이어받은 이상요 팀장, 김영준 라임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 등이 모두 프랍트레이더 출신이다.

또 NH투자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도 아예 프랍트레이더 출신만으로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프랍트레이딩을 하다가 헤지펀드로 옮긴 선수들은 의외의 고충을 토로한다.

종목 고르기나 차이니즈월 문제도 아니다. 회사 돈이 아닌 고객 돈을 운용한다는 게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다.

'몇 초'의 문제다.

프랍 트레이더들은 일반적으로 0.01초를 다퉈 주문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쉴 틈이 없다. 점심을 거르는 것도 일상이 된지 오래다. 겨우 몇 초 사이 수익이 갈리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프랍트레이딩은 10분의 1초 단위로 수익이 좌우되기 때문에 트레이더들도 이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헤지펀드는 다르다. 프라임브로커(PBS)를 끼고 주문한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뭘 주문하려고 해도 PBS에 먼저 주문을 넣고 여기서 거래 매물을 찾은 뒤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주문에서 체결까지 30초 정도 걸리지만, 그마저도 '복장 터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증권사 헤지펀드 관계자는 "프랍을 하다가 헤지펀드로 넘어오려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것보다도 속도와 전산 시스템 차이 때문에 말리고 싶다"며 "수익보다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운용사 헤지펀드 매니저는 "프랍 트레이딩은 돈을 잃더라도 회사 돈이고 내 성과급이 낮아지는 것이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덜했다"며 "펀드는 고객 자산이고 수익률이 깎여도 매매를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운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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