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한화그룹을 바라보는 회사채 투자자들의 인식이 확 달라졌다. 주요 사업인 석유화학과 방산, 건설 부문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회사채시장에서도 한화 계열사들의 '선방'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A급인 계열사 비중이 대부분임에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규모 '오버부킹'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올해 들어 실시한 6번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불패'를 기록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와 주력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이 각각 2번씩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간판을 바꾼 한화토탈과 발전계열사인 한화에너지도 자금조달 대열에 합류했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한화와 한화케미칼은 신용등급이 A급이라는 상대적인 악조건에도 AA급 기업들 이상의 기관 주문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한화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한화는 올해 3월과 6월에 걸쳐 두 차례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발행규모는 각각 3년물로 1천억원씩이었다.

그 결과 지난 3월 실시된 수요예측에는 3천900억원, 이달 초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4천770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발행규모를 감안하면 4배 수준의 주문을 연속 확보한 셈이다.

계열사들의 수요예측 성적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월 6천350억원의 투자 주문을 확보한 이후, 지난달에는 4천720억원의 유효수요를 재차 끌어모았다.

특히, 지난 2월 실시된 수요예측의 경쟁률은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을 정도다.

증권사 관계자는 "A급 회사채가 5천억원의 주문을 연속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간의 수요예측 성적과 견줘봐도 실적 개선 이후 주문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AA급인 한화토탈과 한화에너지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한화토탈은 1천억원의 수요예측에서 6천100억원을, 한화에너지는 800억원의 수요예측에서 6천400억원을 각각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한화그룹은 발행규모 확대는 물론, 이자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들어 모든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개별민평금리를 하회한 수준에서 발행 금리를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와 한화케미칼은 연속으로 희망금리밴드 하단조차 하회한 수준에서 발행 스프레드(가산금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발행 스프레드를 -35bp로 확정했던 ㈜한화는 이달에는 -60bp 수준까지 금리 수준을 또 한번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한화케미칼 또한 -52bp, -42bp 수준에서 두 차례의 자금조달 작업을 마무리했다.

'오버부킹'을 기록한 대부분의 기업이 개별민평 안팎에서 발행을 마무리 짓는 것과 견주면, 대규모 이자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금리밴드 하단을 중심으로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실적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는 의미"라며 "당분간 이러한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한화그룹의 증액 기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한화는 500억원, 한화케미칼은 500억원씩 총 1천억원, 한화토탈과 에너지는 각각 400억원과 700억원의 증액에 성공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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