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데 앞장서면 책임투자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연합인포맥스 창립 26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 투자 대상기업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와 기업 간의 상생을 모색하기 위한 글로벌 모범규준이다. 책임투자 원칙은 크게 ▲주주권 행사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고려 ▲장기투자 등으로 정리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자가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기업이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그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자산운용사도 뒤따를 것"이라며 "공적 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국민연금(GPIF)은 지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2015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에 서명한 뒤 외부 운용사 20곳 중에서 17곳이 UN PRI에 서명했다.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32곳 중 공적 연기금은 없다. 자산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4곳뿐이다.

류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본 증시의 20년 장기 박스권 탈피에 일조했다"며 "기관투자자의 활발한 주주활동으로 일본 기업이 주주환원정책을 추진했고, 이로 인해 일본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책임투자 플랫폼으로서 한국 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류 대표는 "주요 공적 연기금 주도로 책임투자의 방향성을 수립하면 지속성 여부와 정치적 입김 등 다양한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국내 책임투자의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KOSIF가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국 사회책임투자포럼(UK SIF) 등은 책임투자를 이끄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UK SIF는 영국의 지속가능 금융을 촉진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 제안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책임투자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책임투자 규모는 23조 달러(약 2경6천조원)로 전체 자산에서 2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북미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도 책임투자가 주류 투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등 세계 주요 공적 연기금도 책임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류 대표는 국내 책임투자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책임투자가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 우수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며 "사회책임투자(SRI)형 펀드는 다른 펀드보다 장기성과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단기성과 중심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의 ESG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적 여건도 미비하다"고 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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