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올해 상반기 은행계 카드사들의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

신한카드가 큰 폭의 순이익 증가를 기록했지만,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제하고 나면 오히려 순익이 대폭 감소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상반기 수준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고, 우리카드도 지난해 상반기와 유사한 이익을 내는 등 수익 창출이 정체됐다.

◇신한카드 착시효과…일회성 이익 빼면 '후진'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총 6천29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77.7%나 급증한 수준이다. 순이익이 대폭 늘었지만, 속 사정을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신한카드는 1분기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2천758억 원의 대손충당금 환입이 발생했다. 이를 제외한 상반기 순이익은 3천540억 원가량이다.

여기에 신한카드는 상반기에 보유 중인 비자카드 주식을 처분해 약 8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비자카드 주식 매각에 따른 순이익 증가 규모가 360억 원가량이었다.

대손충당금 환입과 비자카드 매각 이익 등을 차감하고 보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천740억 원가량에 그친다. 지난해 상반기 순익에서 비자지분 매각 이익을 뺀 3천190억 원보다 14%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또 다른 주요 은행계 카드사인 KB국민카드의 실적도 지난해 수준을 맴돌았다. KB국민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1천53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천533억 원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해까지의 순이익 감소 흐름에서는 벗어나 한숨을 돌렸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60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데서 올해는 619억 원으로 1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나카드는 상반기에 751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보다 90% 이상 순익이 급증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냈다. 다만 1분기 500억 원으로 호실적을 낸 이후 2분기 순이익은 250억 원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 2분기 337억 원보다도 80억 원 이상 감소했다.

◇당국, 대출억제 약발…카드론 증가세도 주춤

은행계 카드사 수익이 전반적으로 정체된 가운에, 최근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 역할을 했던 카드 대출 증가세도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3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올해 대출자산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유지하라고 지도한 영향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현금서비스와 장기카드 대출(카드론)을 합친 대출자산 규모는 상반기 총 7조5천150억 원을 기록했다. 대출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해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한카드의 카드 대출자산은 2016년에는 연간 평균 7.1% 급증한 바 있다.

KB국민카드의 상반기 카드 대출자산은 5조7천7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5조4천646억 원보다 5.3%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대출자산 증가율은 13.3%에 육박했던 바 있다.

KB국민카드는 특히 올해 1분기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특별 점검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 지도로 KB국민카드의 상반기 대출자산은 지난 1분기 말 5조7천800억 원가량에서 오히려 소폭 줄었다.

우리카드의 대출자산 규모도 지난해 말 2조5천억 원에서 상반기 2조6천억 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당국 규제에 따라 카드 대출 영업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신용판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출 영업도 막히면서 다른 돌파구를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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