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유럽 물가 기대가 약해진 데다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4bp 내린 2.232%에서 거래됐다. 이번주 8.7bp 낮아졌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1bp 하락한 1.349%에서 움직였다. 주간으로 1.6bp 내렸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7bp 낮은 2.802%에서 거래됐다. 한주간 10.8bp 내렸다. 지난 3월24일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채권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국채가는 미 경제지표 발표가 없는 가운데 유럽의 물가 기대가 낮아진 영향으로 상승 출발했다.

전일 국채가는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으로 높인 오름폭을 차익매도로 줄여 보합세로 마쳤다.

드라기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오른다고 확신할만한 신호를 보지 못했다며 가을에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긴축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서 후퇴한 것으로 풀이됐다.

또 호주 중앙은행의 부총재가 다른 중앙은행의 긴축을 무조건 쫓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세계 국채수익률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간밤 유럽과 미국 국채수익률이 더 낮아졌다며 이날 ECB의 분기 전망 설문에서 물가 기대의 하락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CB에 따르면 올해 물가 기대는 연율 1.5%, 내년 1.4%, 내후년 1.6%로 모두 4월의 분기 설문 때보다 0.1%포인트씩 낮아졌다.

반면 이번 설문조사에서 유로존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은 개선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1.9%로 지난 4월 조사 때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내년 성장률 예상치 역시 1.8%로 4월 조사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2019년 성장률도 1.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이 여파로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은 0.504%에서 거래됐다. 전일 종가는 0.538%였다.

DA 데이비슨의 메리 앤 헐리 부대표는 드라기 총재는 전일 "시장 참가자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비둘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제니퍼 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는 정책 변화 기대 때문에 금융 여건이 너무 조여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관한 부정적인 뉴스들도 국채와 금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가를 강타한 '러시아 추문'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 측근의 각종 사업 및 금융거래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도 뮬러 특검을 향해 견제구를 날리며 반격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양측 사이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대통령의 입' 역할을 맡았던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6개월 만에 사임했다. 언론에 알려진 사임 배경은 백악관 공보국장에 월가 출신의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임명한 것에 대한 반발 때문으로 알려졌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하락 속에 추가 상승했다.

전략가들은 ECB에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매파 성향에 대한 기대가 많이 낮아진 가운데 다음 주 7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성명을 주목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없는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BC 캐피털의 톰 포첼리 수석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사람들은 연준이 물가에 관한 표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우리는 표현에 실제적인 변화가 있다면 물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굳히는 효과만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BMO 캐피탈 마켓의 이안 린젠 전략가와 애론 콜리 전략가는 "다음 주 열리는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회의 후 기자회견도 예정되지 않았고 경제 전망도 발표되지 않기 때문에 분석할 것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유일한 새로운 소식은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와 관련된 힌트가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양적 완화 축소 방향성을 나타내주는 신호도 거의 없을 것이고 성명서에 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7월과 9월, 12월 기준금리 25bp 인상 가능성을 각각 3.1%, 8.2%, 47.0% 반영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