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설립하는 방안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시중은행들이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신설 조직에 대한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비용부담뿐 아니라 과도한 검사나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면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소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전담기구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이 "기존 금융당국 조직에서 분리할 경우 기구 설립을 위한 재원 조달이나 검사권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정부 국정과제에 담긴 만큼 금융감독체계 개편 차원에서 일단 재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까지 금감원에만 내왔던 감독분담금을 금소원에 또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전체 예산(올해 기준 3천666억 원) 중 80%가량인 2천921억 원을 은행과 보험사, 증권회사로부터 징수하는 감독분담금으로 충당한다.

감독분담금은 금융회사의 영업수익, 총부채, 검사투입 인력 등에 일정한 요율을 곱해 산정되는데,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전체 분담금의 절반인 1천500억 원 가량을 부담하는 은행들의 부담은 더 크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신한·KB국민 등 대형은행의 경우 매년 금감원에만 300억~400억 원씩 분담금을 내는데 금소원이 신설되면 그 비용은 배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몇 년 전부터 분담금이 너무 많다며 줄어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오히려 더 늘어나고만 있다"고 말했다.

금소원이 단독 기구로 설립될 경우 지금보다 은행, 보험, 카드 등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원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금융회사가 받게 되는 검사의 횟수나 강도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다.

특히 금소원에 소비자보호 검사와 제재 기능이 넘어갈 경우 금감원과의 경쟁구도가 생기면서 과도한 검사나 제재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금소원 두 곳으로부터 상시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검사 협조하는 데 세월이 다 갈 것 같다"며 "새로운 감독기관이 출범한다는 건 시어머니가 한 명 더 생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두 기관의 업무가 과연 명확히 나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회사는 회사대로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자보호 효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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