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불과 보름 만에 40원 가까이 속절없이 하락하자,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이 당국으로 쏠리고 있다.

거센 유로 강세와 글로벌 달러 약세로 이렇다 할 반등 기회를 가져 보지도 못한 채 달러화가 연저점(1,110.50원)에 다가섰기 때문이다.

다른 통화 대비 조금 빠른 속도로 절상됐고, 빅 피겨(큰 자릿수)가 바뀌느냐 마느냐의 기로인 1,100원대를 눈앞에 뒀다는 점에서 당국의 속도 조절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다.

24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달러화에 견준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 전일까지 2.3% 올랐다.

호주달러(3.0%)를 제외하고 엔화(1.1%)와 유로화(2.1%), 싱가포르 달러(1.1%), 역외 위안화(CNH, 0.3%) 등 주요 통화보다 많이 절상됐다.

특히 달러-원 환율 고점이었던 이달 6일부터 계산하면 3.5% 급격하게 원화 가치가 뛰었다.

이런 이유로 지난주 1,120원대 초반에서 당국 경계심이 강하게 일었고, 외환 당국도 이런 배경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장참가자들은 1,110원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단단히 막혔던 하단이 1,115원 선이기 때문이다. 당시 달러화는 당국 경계심과 연저점 인식이 병존하면서 1,115~1,130원 선에서 머물렀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국민연금 및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로 차근차근 올랐던 레벨이, 최근 급하게 되돌려진 곳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한 은행권의 딜러는 "지난주에 1,120원 선이 밀리고 보니, 매수(비드)가 비어 있어서 더 내렸다"며 "시장은 당국이 1,120원 선에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당국이 연저점을 의식한다면 1,115원 선부터 1,110원 선까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에 금리는 조용한데 환율만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의견이나, 오는 25~26일 예정된 7월 FOMC로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반면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데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이슈가 해소되지 않아 당국도 약한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드라기 ECB 총재의 가을 긴축 시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스캔들로 당분간 유로 강세ㆍ달러 약세는 피할 수 없고, 당국도 1,100원대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1,110원 선을 밑돈다고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 이슈에 민감한 측면도 있어 당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시장참가자들은 분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 협정 재협상 가이드라인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환율조작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개정 목표로 명시하기도 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생겨나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로도 원화 강세요인이 우세하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당국은 속도와 뉴스 헤드라인을 신경 쓰는 것 같다"며 "낙폭은 컸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가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환시장 참가자는 "잠재된 북한 이슈와 7월 FOMC 등도 있기 때문에, 이미 내려올 만큼 내려온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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