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시가총액보다 청산가치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수·합병(M&A)의 타깃이 되거나, 대주주의 적극적인 자본정책으로 투자자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대형 사모투자펀드(PEF)의 한 대표는 25일 "코스닥 상장사와 함께 중소형 증권사 한 곳을 인수하려고 살펴보다가 접었다"며 "해당 증권사는 청산가치가 시총보다 높지만 우리 목표는 인수 후 청산이 아니라 증권업 진출이기 때문에 좀 더 경쟁력 있는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청산가치가 시총보다 높은 증권사가 여럿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종가 기준으로 골든브릿지증권과 부국증권,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KTB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 동부증권 등의 영업용순자본이 시총보다 많다.

이 중 동부증권은 시총이 영업용순자본의 29.8%에 불과하다. 영업용순자본이 5천710억원인 반면 시총은 1천700억원에 그친다. 한양증권(41.5%)이나 유화증권(54.3%), 현대차증권(54.8%), KTB투자증권(59.1%), 교보증권(59.4%) 등도 시총이 영업용순자본의 절반 수준이다.

이어 골든브릿지증권(60.3%)과 유진투자증권(69.3%), 한화투자증권(80.3%), 신영증권(91%), 부국증권(92.1%) 순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모든 부채를 뺀 후 순수하게 보유한 현금이 영업용순자본이다"며 "이보다 시총이 작으면 M&A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증권사는 재무제표가 대부분 단기금융상품으로 구성돼 있어 북밸류(book value)와 청산가치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청산가치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현금화하거나, 시총이 작은 증권사를 여럿 묶어 대형화하는 방안 등이 M&A 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인수한 후 증권사 보유 건물과 땅만 매각해도 돈이 남는 경우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들 증권사의 대주주들은 적극적인 자본정책에 나서고 있다.

부국증권은 응모주식이 없어 무산됐지만 최근 3주간 보통주 200만주를 공개 매수하려 시도했었다. 골든브릿지증권은 다음 달 25일 유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650억원에서 520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다.

장효선 연구원은 "유화증권과 한양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경영권 방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며 "기존 증권업 비즈니스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회사의 대주주 입장에서는 투자 전문회사로 변신을 꾀하는 동시에 지분을 사들여 가치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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