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연내 가계부채 증가율을 10% 안쪽으로 줄이기로 했다.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통해 1천400조까지 늘어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키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러한 방안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리스크관리를 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취약 차주는 물론 생활 물가와 거시 경제가 요동칠 수 있어서다.

특히 정부는 치솟을 대로 치솟은 가계부채의 절대적인 규모보다 증가율에 주목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체 가계신용 증가율은 11.1%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일 년 새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은행과 보험권에 도입됐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은행의 여신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차주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찾으면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지난해 1분기 8.4%에서 올해 1분기에는 14.2%로 급증한 탓이다.

이에 정부는 신 DTI와 DSR의 도입을 동시에 도입함으로써 일각에서 초래한 여신심사 강화의 풍선효과를 잠재울 방침이다.

신 DTI는 기존 DTI와 다르게 차주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산정 시, 장래소득의 변화나 소득의 안정성, 자산의 장래 소득창출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사회 초년생의 경우 현시점의 소득이 아닌 주택담보대출 만기 시점의 예상 소득이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불리할 수 있다.

DSR은 전 금융권의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대출 가능 여부를 평가하는 개념이다. 기존 DTI가 차주의 이자를 주로 평가했다면, DSR은 원금까지 함께 평가한다.

이때 대출의 범위에는 자동차 할부금은 물론 신용카드 미결제금액, 카드론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DSR을 은행권에 도입할 수 있는 표준모형을 연내 마련할 방침이다. 개별 은행들은 내년까지 이를 포함한 여신심사 모형을 개발해 오는 2019년에는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

여신심사를 강화한 풍선효과가 발생한 제2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을 장기ㆍ고정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해 '처음부터 나눠 갚는' 개념의 대출이 정착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그간 소득 추정이 어려워 별도의 관리가 힘들었던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서도 리스크관리를 정교화하기로 했다.

특히 부동산임대업을 위해 대출을 받는 차주에 대해선 임대 지역의 업황과 부동산 시장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신심사 절차를 합리화할 예정이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낄 취약 차주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현재 대부업법(27.9%)과 이자제한법(25%)에 따라 설정된 최고금리 수준을 25%로 일원화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출 예정이다.

집값 범위 내에서만 갚는 유한책임 개념의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은 정책금융 중심으로 공급하되 점차 민간 금융회사까지 늘려가기로 했다.

연체 차주의 재기지원을 위해 국민행복기금 등이 보유한 소액ㆍ장기연체 채권은 적극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추심이나 매각을 전면 금지한다.

이미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민간은행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개인의 특수채권 등을 소각하는 추세다.

또한, 서민의 재산형성을 위해 개인종합관리자산계좌(ISA)의 비과세 한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늘리고, 현재 계좌 소유주의 사망이나 천재지변, 퇴직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만 가능했던 부분 인출ㆍ중도 해지의 범위도 확대한다.

대출 금리의 단층을 없애고자 도입한 사잇돌 중금리 대출은 공급규모와 기관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의 뇌관이자 가장 큰 잠재 리스크라는 판단에서 가계부채 규모보단 속도 조절에 중점을 뒀다"며 "8월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 관리대책에 세부적인 정책안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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