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 금융통화위원이 대형 금융그룹 강단에 섰다. 그는 저출산·고령화와 핀테크라는 새로운 트렌드 속에서 금리 상승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승범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지난 19일 '한국경제 전망과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KB금융그룹 특강을 진행했다.

이 강연에서 고 위원은 금융기관이 금리 상승에 자체적으로 대비하는 리스크관리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저출산·고령화, 핀테크, 금융업의 감량경영(다운사이징)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국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도 수출 및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 역시 민간소비 부진이 완화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효과를 고려해서 3.0%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10조 원 가량의 추경이 집행되면 평균적으로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 한은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가 추경 집행에 따른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 성장의 리스크요인으로는 중국의 사드 관련 무역제한조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고 위원은 강의 중 많은 시간을 고용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고용 없는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에도 여과 없이 적용된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금융산업이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하는 산업으로 인식됐지만, 일반은행이 수익성 저하,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 등에 대응하면서 점포와 인력, 설비 등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위원은 금융기관이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고 리스크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수익이 늘어나겠지만, 동시에 부도 위험이 늘어나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등 손실 위험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증권과 보험 역시 금리 상승으로 우발채무 보증 이행에 따른 채무부담이 확대되거나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카드회사는 저신용·저소득 차주를 중심으로 카드론 중심의 대출이 늘어나면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한 참가자는 "이날 강연은 우리 경제의 큰 흐름이 결국 저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다소 우호적으로 인식됐다"면서도 "금융산업이 당면한 과제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