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ㆍ부동산금융에 자금 쏠림 심화"

"생산적 금융 통해 성장잠재력 확보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손쉬운 영업'을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리스크를 전가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금융회사의 탐욕적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생산적, 혁신적 분야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해야 할 금융회사가 소비적 분야에만 집중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일 취임식에서 부채 확대로 단기적인 호황을 유도하는 소비적 금융은 더는 바람직 않으며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확대에 기여하는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은 위험과 보상에 대한 선별기능을 통해 한정된 자금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하고, "자금이 생산적 분야보다는 부동산 투자와 금융회사 간 레버리지 거래 등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거시경제의 취약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혁신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보다 가계대출과 부동산금융 등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더욱 심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익숙한 분야에 대한 손쉬운 영업에 안주하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아야 함에도 가계와 기업, 정책금융기관 등으로 리스크를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담보와 보증 위주의 여신 비중이 여전히 높고, 연대보증 관행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실제 올해 4월 기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가운데 담보ㆍ보증대출 비중은 70% 수준에 달한다.

그는 또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은행ㆍ대출 위주로 이뤄져 자본시장ㆍ투자 중심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이 취약하다고도 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등 환경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금중개 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원활하게 유입돼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일자리 창출 및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금융시스템 문제점과 원인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비생산적 부문으로 레버리지가 확대되고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소비적 금융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적정화하는 동시에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돌도록 금융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필요한 부문은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금융업권별 자본규제 등을 전면 재점검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적정한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금리와 수수료를 산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에 더해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포용적 금융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금융이 고소득ㆍ고신용자에게 기회가 집중되고, 저소득ㆍ저신용자는 기회가 제한되거나, 고금리대출 위주로 이뤄진 측면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의 울타리 안에 소외계층까지 포함해 모두가 같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포용적 금융의 핵심이다.

최 위원장은 "포용적 금융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와 생산적 금융을 완성하는 마지막 연결고리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낮춰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해 서민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또 제도권 금융시스템에서 탈락해 장기간 추심으로 고통받는 장기연체자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공ㆍ민간부문의 소멸시효완성채권을 내달 초까지 신속히 정리하는 것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ㆍ저신용자가 합리적인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적정한 금리의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9월까지 개인신용평가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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