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시중은행의 '전당포 식' 영업 관행을 정조준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좇기 위해 상대적으로 수월한 가계대출 영업에만 치중해 온 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라는 비판이다.

최 위원장의 강도 높은 발언에 따라 은행권은 내달 정부가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대출 규제가 상당히 크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 금융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중 가장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은행의 영업 행태는 문제가 있다"며 "은행이 더 건전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0% 안팎을 기록했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기업 여신 비중이 현재 40% 비중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법에 따라 가계대출 취급 규모가 컸던 국민은행처럼 모든 은행이 '국민은행 화(化)' 됐다는 얘기다.

가계부채를 확대한 원인 제공자로 은행이 지목되면서 은행권의 관심은 향후 도입될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규제 강도에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에 DSR의 표준모형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은행 스스로 여신심사 과정에 DSR을 참고지표로 사용하고 있지만, 담보와 신용 등급에 따라 200~400% 범위로 설정된 한도 내에서는 대출 승인율을 낮추는 데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별로 DSR 산정 기준에 마이너스 통장 등 개별 대출을 포함하는 기준도 다르다"며 "가계대출 영업을 자제하라는 뜻에서 본다면 한도를 줄이고 대출의 범위를 넓히는 등 강력한 표준모형이 도입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내달 발표되는 종합대책에 담길 신 DTI의 경우 주택 지역과 차주의 연령, 소득에 따른 기준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득 파악을 내실화한 게 핵심인 DTI는 자영업자나 부동산 임대업자 등 적용 대상을 더욱 세분화할 수 있어서다.

최 위원장이 은행권의 자본 규제안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한다고 시사한 것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는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BIS비율 산정 시 필요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상향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시중은행이 금융 선진국보다 RWA 비중을 낮게 산정해 기업 대출보다 안정적인 가계대출에 치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은 이러한 논의가 경기대응완충자본 등 은행의 기본적인 건전성 규제 비율의 산정 방식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젤 기준을 따르는 현시점에서는 은행이 손실을 감수하며 기업 여신을 늘릴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개별 은행이 보수적인 영업 행태를 띄게 된 데는 바젤 규제와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려는 노력도 있었다"며 "건전성 규제 비율이나 산정 방식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당국이 원하는 생산적 금융과 은행의 건전성을 함께 가져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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