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기업들이 단기 금리 상승에 발맞춰 더 높은 예금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소폭의 예금 이자 상승이 개인 고객에게는 별 이득이 되지 않지만 계좌에 수백만, 수십억 달러를 예치해놓은 기업 고객에게는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캔자스씨티에 소재한 그레이트 플레인즈 에너지 관계자는 자신의 회사를 포함한 여러 회사들이 거래 은행과 예금 금리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기업 고객의 요구는 대출 관련 이익이 이제 막 개선되기 시작한 은행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은행 주가는 작년 대선 이후 급등했으나 최근에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았지만 투자자들은 이자 관련 수익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들이 실적을 발표한 지난 14일 이후 KBW 나스닥 은행 인덱스는 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9% 올랐다.

오토노머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대형 은행이 지급한 평균 이자는 0.34%로 지난해 0.26%에 비해 약 30% 상승했다. 이는 지난 4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은 기업체가 금리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은행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많이 낼수록 예금 이자를 높게 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또 미국 은행들은 해외 은행들과의 경쟁에도 시달리고 있다.

은행들은 법인의 거액 예금에 통상 0.9~1%의 이자를 주고 있지만, 일부 해외 은행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1.25~1.3%의 이자도 기꺼이 지급하겠다는 분위기다.

은행은 개인·기업 고객의 예금을 대출 재원으로 사용한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 즉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의 이익은 커진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예대금리차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른데다 대출 수요도 부진해 은행들이 예금 확보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은행들은 기업 고객에게 계좌 유지 비용을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출 수요가 살아나면서 예금을 유치할 유인도 커졌다.

WSJ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예금 유치 비용이 점점 비싸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전문가협회의 제프 글렌저 부사장은 "1년전만 해도 (기업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기 위해 은행에) 전화를 돌릴 필요가 없었으나, 금리가 높아질수록 돈을 어디에 쌓여둘지 고민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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