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이 대부업 최고금리를 내년에 24%로 내리기로 하는 등 속도전에 나서면서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2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하긴 했지만, 시기는 임기 내로 제시한 만큼 단계적으로 금리가 낮춰질 것이란 예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은 최 위원장의 강경한 스탠스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부업 최고금리 내년 24%…예상보다 빠른 인하

최 위원장은 2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최고금리를 내년부터 24%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나 정부는 올해 최고금리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인 25%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하지만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1월부터 곧바로 최고금리를 24%로 낮추기로 했다.

업계는 최 위원장의 이런 '속도전'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 위원장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도 최고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면 취약계층의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며 적정한 폭과 속도를 검토하겠고 했다. 금리 인하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최 위원장은 본인의 임기(3년) 내 24% 정도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에 24%로 최고금리를 내리겠다고 못 박으면서 공약 수준인 20%를 향한 최고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카드사 직격탄…엎친 데 덮쳤다

최고금리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하되면서 금융권의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특히 올해 법 개정을 통해 금리가 우선 25%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던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 이전까지만 해도 24%라는 숫자는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인하 폭이 커졌다"며 "당초 국정기획위가 밝혔던 25%로 우선 금리가 인하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에 반영했지만,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 정도만 인하 폭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저축은행과 카드업계 등에 미칠 영향은 25%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은 최고금리 부근인 27% 이상 금리대가 가장 많고, 24~25% 사이 대출의 비중이 두 번째로 많은 곳도 상당수다.

예를 들어 OK저축은행의 경우 6월 신규취급 가계신용대출의 65%가 금리 27% 이상에 집중됐고, 다음으로 19% 정도가 해당 금리대에 대출됐다. 웰컴저축은행도 해당 구간의 대출 비중이 두 번째로 많고, 현대저축은행의 경우 가장 많은 대출이 몰려 있다.

최고금리가 25%로 인하될 경우보다 금리를 조정해야 할 고객군의 범위가 훨씬 넓어지는 셈이다.

신용카드사도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은 물론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의 최고금리가 24%를 넘는 회사가 일부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비씨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최고금리는 24%를 넘는다.

카드론의 경우 하나카드의 최고금리가 25.9%로 가장 높고 신한카드는 24.3%, 현대카드는 24.5% 등으로 24%가 넘는다.

최고금리가 당초 거론된 25%로 하향 조정될 때와 비교하면 이들 회사의 경우 당장 최고금리 체계 등 수정해야 할 부분이 훨씬 많아지는 셈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률이 추가로 악화하는 것은 당연할 테고, 카드사 입장에서는 금리가 25%로 낮아지는 것과 비교해 당장 변경해야 할 수수료 체계가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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